어젠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집에 놀러왔다.
가출하고 싶어지면 놀러와,
술 먹고 싶으면 놀러와, 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진심으로 많이 그랬고
결혼한 후에도, 학생들이 그래봤자 안 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진심 반, 농담 반으로도 많이 그랬다.
그런데 놀러 오지 않았던 이유가 내가 학교에 있었기 때문인지?
휴직하고 나서는 놀러오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작년 학생들은 내가 끝까지 담임을 못해 미안했던 아이들인데
방학을 하고 여유로워지니 내 생각이 났는지,
대뜸 '아기보러 가도 돼요?'하고 문자가 왔다.
신임교사일 땐 학생들이 나를 얕볼까봐 참 걱정도 많았는데,
이젠 안다.
엔간해선 학생들이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는 걸.
엔간해선 내가 학생들의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이렇게 마음을 내어줄 때가 참 귀한 기회다.
덥썩, 오라고 했고 덥썩, 바로 다음 날 찾아왔다.
학생들이 나보다 아기랑 훨씬 더 잘 놀아준다.
아기도 낯도 안 가리고 참 잘 놀았다.
밥을 안 먹고 왔는지,
"선생님 점심 드셨어요?"하고 운을 띄우더니
"비빔면 끓여주시면 안 돼요?"하면서 비빔면 번들팩!을 부시럭부시럭 꺼내던 장면이 젤 웃겼다.
자꾸 생각난다.
비빔면 끓여주시면 안 돼요?
어느 선생님은 술 마시며 눈물까지 그렁거리며 말했었다.
어느날 미용사가 되었다며 머리 깎아주겠다고 연락오는 제자 가져보는 게 소원이라고.
그건,, 참으로 '참교사'다운 여러 욕망이 담겨 있는 로망인 것인데,
뭐 나는 이걸로 됐다.
점심 안 먹고 온다고 했으면 찌개에 밥이라도 대접했겠지만,
이런 거창한 생각 다아 소용없는 거다.
비빔면 끓여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