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 같으면 다음 주부터 개학이라는 생각에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받기도 하고 그러고 있었을 텐데
오늘은 아니다.
대신, 아까 머루한테 이렇게 말했다.
다음주부터는 엄마랑 산책도 다니고 놀러도 다니고 그러자~!
아기는 세상에 나온 지 75일이 되었다.
두달 보름 정도가 지났다.
한 보름 동안은
자연출산에 실패했다는 생각과 모유수유가 잘 안 돼서 속상한 마음에 매일 울면서 지냈고
다음 한 달 정도는
집에 와서 아기랑 24시간 보내는 일에 적응하고 모유수유에 익숙해지면서 보냈고
또 다음 한 달은
기저귀, 천기저귀, 새 기저귀, 팬티형 기저귀, 이런 것들에 미쳐서 보낸 것 같네.
아기 낳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 몹시 화가 난 상태로 지냈는데
이제는 점점 잊혀져 간다.
세상 모두에게 속은 것 같은 기분,
아기를 만나기 위해 준비했던, 들떴던 마음이 실은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웠던 것 같은 기분,
모두에게 기만당했다는 생각.
이런 것들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기는 참 예쁘다.
옹알이 하는 아기를 보면 마치 악기같다.
잘 대답해주고 싶은데, 머루가 더 말하고 싶게 만들고 싶은데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예쁘기도 한데, 불쌍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힘들기도 하다.
엊그제는 "이건 마치 엄마되기 주부되기 합숙훈련에 온 것 같잖아!"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고 답답하고 그렇지는 않다, 아직은.
집에만 일주일 내내 있는 것도 아직은 괜찮다.
하나도 안 답답하고, 이 공간이 아직은 넓게 느껴진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듯.
그래서 기저귀 빨래 하는 일도 하기로 한 게 잘한 일 같다.
이걸 안했으면 시간이 남았을 테고 그랬으면 더 나빠졌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2월 한달도 갔다.
3월부터는 개학한 것처럼 지내야지.
많이 놀고, 많이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