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에게 복수하는 법'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영화를 만드신 최미경 감독님을 만나는 날.

학교서 늦게 끝나서, 너무 늦게 도착했어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영화를 보는 귀중한 기회는 놓쳤습니다.

그렇지만 발랄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감독님의 말씀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발언들을 좀 적어볼게요.


"함께 일하는 영화계 사람 중 하나가 코미디언 김지선을 두고 이런 말을 하더라.

'어휴, 애를 저렇게 많이 낳다니 김지선은 좀 밝히나봐' 

내가 기가 막혀서 그게 무슨 말이냐, 이건 언어적 성희롱이나 다름없다고 했더니

내가 처녀라서 그런다고 손가락질 하더라."


"내가 당했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여자 친구들에게 큰 맘 먹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 걔 그럴 애가 아닌데'라고 하거나 그냥 듣고만 있더라.

나는 속으로 '나는 그럼 그럴 년인가?' 싶었다. 

같이 화내고 같이 싸우려 하지 않고 그냥 듣고만 있었던 친구들도 너무 서운했다."


"용서의 기준은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해자들은 스스로, '이만큼 했으니 됐다'고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우리는, 자신이 입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서도, 스스로 자책을 먼저 하게 된다."


"사실 우리 여자들은 너무 약하게 자라서, 따귀도 제대로 때릴 줄 모른다.

가해자를 만나도 따귀 하나 제대로 못 때리는 경우도 많다.

내 충고는, '일단 가해자 만나자 마자 때리라'는 거다.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는 도저히 때릴 수가 없게 된다." 


"나는 성폭력 피해의 치유 과정에 대해, '치유'라는 말보다는 '성찰'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치유는 왠지 약한 느낌이라 싫다. 

무척 오래걸리는 과정이고, 물론 상처가 있고 그것이 아무는 과정이 일어나지만,

그런 시간도 다 나를 위한 경험이고, 시간이고, 나를 찾는 싸움의 과정이다.

성폭력 피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찰하고, 성숙하고, 더 강해졌다."


무척 발랄하면서도 멋지고 씩씩한 기운이 전해지시나요?


아래 링크는 감독님 영화를 소개하고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클릭해서 읽어보셔요~!! 


http://www2.mhj21.com/sub_read.html?uid=28032&section=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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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로 읽는 여성주의 쟁점>

 

1. 연수 취지

몇 해 전부터 어린이․청소년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사회적 화두가 된 만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법, 규정의 정비는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의 생존과 진정한 치유에 대해서는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성폭력 사안 뿐만 아니라 올해 ‘낙태 불법화’ 논란에서도 보듯이 여성의 몸을 출산과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 볼 뿐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임신, 출산, 육아, 교육 등 사회적인 문제들은 깊이있게 고민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젠더 의제에서조차 약자의 위치에 있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성, 여성 비정규직, 빈곤의 여성화 등의 사안에 대해서 그간 전교조는 조직 내에서 이야기할 공간을 갖지 못해왔다.
조합원들이 이러한 담론과 사회 현상을 ‘영화’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연수 공간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주류 상업영화가 아닌 여성 문제를 담은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고 감독들과의 대화하고 또 관련한 강의를 들으면서 조직 안의 성평등 의식을 높이고 여성주의에 대한 공감을 넓혀 보고자 한다.

 

2. 연수 개요

1) 연수 주제 : 영화와 드라마로 읽는 여성주의 쟁점
2) 연수 시간 : 2010년 10월 12일~11월 9일 6~9시 - 매주 화요일 3시간(총15시간)
3) 연수 장소 : 전교조 서울지부 9층 교육실(4, 7호선 이수역 7번 출구 승지빌딩)
4)연수 대상 : 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 20명 내외
5) 연수 비용 : 39,000원
6) 연수 주최 : 전교조 서울지부 여성위원회

 

3. 연수 프로그램


* 1강    10월 12일(화) 18~21시  성폭력과 피해자의 치유(영화 「놈에게 복수 하는 법」)

최미경 감독

* 2강    10월 19일(화) 18~21시  한국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가족 거들떠보기(‘과속 스캔들’, ‘제빵왕 김탁구’ 등)
            문현아 교수(서울대 강사)

* 3강    10월 26일(화) 18~21시  여성의 몸 - 여성의 임신 출산 결정권(영화 「The Wall」)

유현경 국장(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

* 4강    11월 02일(화) 18~21시  성소수자, 십대 이반 이야기(영화 「친구사이?」)

김조광수 감독(청년 필름 대표)

* 5강    11월 09일(화) 18~21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투쟁(영화 「외박」)

김미례 감독

  
장소      전교조 서울지부 9층 교육장  
연수비   39000원  
입금계좌  신한 100-024-842054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록기간   2010.09.25~10.11  
시간         2010. 10. 12 ~ 11. 09 (18:00 ~ 21:00, (매주 화요일))  
신청인원  2(20)  
문의      조진희 010-2703-1915  
연수기관   서울초등남부지회 

 

신청은 여기 http://s-study.eduhope.net/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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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카테고리 없음 2010. 8. 8. 16:52

   우리학교가 ㅈㅇㄱ로 바뀌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아이들의 성적도 가정 배경도 아닌, '학부모의 교육열'이다.

   학기 초, 막상 학생들이 입학하고 나니, ㅈㅇㄱ 전환을 찬성했던 어떤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학생들이 성적이 훌륭하지도 않았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예전보다 적지도 않았다. 물론 예년보다 평균적인 경제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경제적 환경이 나아졌다는 의미도 결국은 가정의 교육열 정도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이 두 문제를 연결하는 긴밀한 고리는 바로 '전업주부'인 것 같다.

   작년까지 내가 담임으로서 해야 하는 일의 중요한 부분은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학생들의 10~20%는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아이들이었고 나는 학년 초에 만나는 학부모들에게 지각시키지 말고 제 시간에 신경 써서 보내주십사, 간곡히 부탁을 해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맞벌이로 바쁜 부모들이었고 부모가 둘 다 돈벌이 때문에 밤늦게까지, 혹은 밤을 새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년 초에 있는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기도 어려워 3분의 1 정도의 학부모만 겨우 시간을 내서 참석했었다.

   새로 맞이한 학생들의 경우 일단 부모들의 학력이 다르고 부모들의 교육열이 다르다. 배워서 얻은 사회적 권력의 맛을 잘 알고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어머니들은 대부분 전업주부다.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는 일로 십여 년을 보내온 분들이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 일의 질이 다르다. 명예로운 일들이다.

   지각하고 결석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아이들은 글쓰기는 못해도 영어는 잘 한다. 시험 성적이 나온 후 아이들을 앉혀 놓고 상담을 하다보면 ‘성적표 엄마 보여드렸니?’라는 문장에도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많다. ‘엄마에게 죄송하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부모의 교육열로 인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엄청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에 어떤 분이 ‘한국의 여성문제는 독특하다’며 여성의 교육기회는 매우 평등하지만 사회에 진출하는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인데, 이것은 아마도 ‘대치동 아줌마’로 대표되는, 가정에서 자녀교육에 매진해야 하는 교육 현상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여성의 사회 참여가 어려워서 가정에 있다 보니 교육열이 뜨거워진 것’이라고 할 수도, ‘한국의 남다른 교육열로 여성이 사회 참여를 못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도 없다.

   한국은 교육도 일도 ‘잘’ 하려면 어느 한 쪽에 투신해야 하는 사회다. 일도 대충하면 짤리고 교육도 대충하면 자녀가 출세하기 힘들다. 사회에서는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제대로 확실히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이 필수다. 한 사람이 일에 매진하려면 한 사람은 집에서 빨래해서 다리미질 해놓고 밥 해놓아야 한다. 일단 역할을 분담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일은 남자가 교육은 여자가 담당하게 된다. 남자가 출세할 수 있는 정도가 훨씬 높고, 여자가 어머니들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이 다를 것이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전문직 여성이 되라고 가르친다. 월급쟁이가 되어 봤자 직장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별게 아니고, 또 그래봤자 또 자기처럼 결국은 자녀교육에 매진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일까? 우리 반 아이들의 꿈은 죄다 약사 의사 교사 변호사다.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에서 대우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가끔은 내 마음 속과는 조금 다른 색깔로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는 ‘여성과 남성은 같다동등하다’는 이야기보다도 ‘배워서 남 주자’는 이야기가 훨씬 더 급진적이다.

   결국 나는 그냥 이렇게 꽉 짜여져 돌아가는 재생산의 톱니바퀴의 하나의 부속품일 뿐이다. 가끔 바퀴 하나씩 고장나게 해 보려고 이러쿵저러쿵 딴 소리들을 아이들 머릿속에 넣어 보지만, 좋은 학교를 나온 부모를 둔 내가 좋은 학교를 나온 선생들을 만나 좋은 학교를 졸업하여 좋은 학교에서 선생을 하고 있듯이, 뭐가 그렇게 많이 바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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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선생님’의 교무실 생존기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 운영자 우완 교사
  글·사진 윤성희 기자 miyulain@naver.com

말괄량이 삐삐가 선생님이 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야자를 늘린다고? 싫어요! 난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고요. 왜 나만 교무실 설거지 하고 술자리에서 교장선생님을 챙겨야 하죠? 거기 선생님, 딸처럼 여긴다고 여학생들 엉덩이 치지 마세요.” 그러나 20~30대 여교사들의 ‘교무실 생존수칙’은 이를 모두 반대로 하는 것이다. 여성이자 교사인 그리고 비정규직인 ‘여교사’의 생존은 그처럼 어렵다.

4년 전, 첫 부임지가 남자 고등학교로 결정된 후 우완(32) 교사는 ‘공포’에 휩싸였다. 남학생들이 나를 괴롭히면 어쩌나…. 막상 맞닥뜨린 건 다른 종류의 고민이었다. 선배 남교사는 우 교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선생님 약하시니까 말 잘 들어야 한다.” 1학년 때부터 매로 길들여진 학생들은 그 말대로 ‘남교사가 아닌, 보다 연약하고 신기한 무엇’으로 그를 대했다. 배려와 하대가 뒤섞인 선배 교사들의 태도, 학생들이 폭력에 의해 교단이라는 권력에 굴복하는 법을 배웠다는 섬뜩한 성찰. 고민은 많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무난하게 가자.”였다. 우 교사는 작년 2월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을 꾸렸다. 여교사의 인권을 말하고 한국의 교육환경을 여성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싶었다. 

 “우리 모임에서는 젊은 여교사를 ‘아가씨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이들에게만 씌워지는 두가지 굴레가 있어요. 하나는 ‘단정·정숙해야 한다.’는 요구예요. 학생들에게 콘돔 사용법을 알려준다 하면 교직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어요.
또 하나는 최하위 계층이라는 거예요. 젊은, 특히 기간제 여교사들은 맡는 업무나 교실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가 달라요. 남교사보다 교실 장악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술자리 가면 관리자(교장, 교감) 선생님 모셔야 하고 춤도 춰야 해요.”

지난 해 큰 논란을 일으킨 ‘남고생들의 여교사 성추행’ 사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일어난 문제라고 했다. “젊은 여교사들은 이중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어요. 일단 교실 내에서 남학생과의 성별 권력관계에서 밀리죠. 게다가 그 분이 기간제였어요. 학생들도‘재계약을 위해 잘 보여야 하는’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의 권력차이를 알아요.” 그는 이러한 여교사의 현실을 말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 교사들, 학교를 ‘까’다
모임에서는  <가르쳐야 할 것과 가르치지 말아야 할 것들>, <교무실에서 살아남기> 등 주제가 있는 토론회를 열었다. 여교사들은 각자의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어느 날은 학생들이 칠판에 성기 그림이랑 섹스의 순서를 써 놨어요. 그래서 ‘순서가 틀렸어!’ 이러면서 지우고 넘어갔죠.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지만 태연한 척 넘어가면 ‘까진’ 취급을 받을까봐 난처해요.” “화장 안 하고 가면 예의 없다는 취급을 받아요.” “교장선생님이 말썽 핀 아이들 좀 조치하라고 교무실 왔다가 저만 있으니까 ‘아무도 없네’ 하고 갔어요. 난 사람도 아닌가?”

함 께 나눈 이야기들을 모아 새내기 여교사를 위한 가이드북을 만들자는 논의도 했다. 단 이들은 답보다는 ‘문제’를 비틀 것을 권한다. “첫 수업 시간에 ‘자지 말자’고 규칙을 만드는 거 괜찮은가요? 어기면 때려야 하나요?’” “학생들에게 직접 참여하는 발표수업을 제안했더니 하기 싫대요. 애들을 구슬려야 할까요, 때려야 할까요?” 이들은 단순히 채찍과 당근이 아닌, ‘나만의 카리스마’를 찾아내자고 답을 냈다. “아가씨 교사들은 교단에 서기 전에 공포를 느껴요. 애들을 내가 장악해야 하는데 방법이 뭘까? 하고. 그보다는 내가 존중할 만한 교사로 보이려면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까 고민해야죠. 발표수업도 학생들 마음이 동할 만한 좋은 수업을 먼저 보여주면 애들도 좀 더 해볼 만 하다고 느끼지 않겠어요?”

학교폭력·성폭력 관련 좌담회를 갖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10대 학생들과 함께 연애와 성에 관한 속내를 나눴다. 하는데 “남자친구가 스킨십 진도를 더 나가려 하는데 소문나면 ‘걸레’로 찍힐까봐 걱정이라고 한 학생이 있었어요. 속이 많이 상했어요. 성 담론은 점점 개방적이 되는데 학교는 여전히 가부장적이라는 .”

우 교사는 교육환경과 여교사의 인권, 그리고 학생의 인권은 맞닿아 있다고 했다. “학교 문화가 군사적이고 가부장적인 부분이 많아요. 학생들을 병사들처럼 사열시켜 애국조회 하고, 어린 여교사들을 최하위층으로 만들죠. 그런 모습들을 극복하는 건 여성주의의 역할인 동시에 학생의 인권과도 연결된 거죠.”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성주의 동아리나 성평등 교육운동 등을 고민하는 이유다.

고민하는 힘이 학교 바꿀 것
교원 중 80%를 차지하는 여교사들의 고민이 왜 공론화되지 않았을까. “교직이 여성들에게 비교적 여러 가지를 보장하는 편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문제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아요. 두 번째는 이게 내부고발성 이야기들이라는 거죠. 기간제 여교사들에겐 특히 힘들죠.”

모임 도 쉽지 않았다. 홍보는커녕 ‘여성주의 모임을 한다.’고 밝히기조차 어려운 게 학교의 현실이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한층 힘들어진 교육운동 진영에서도 ‘다양한 교육운동, 여교사의 인권’을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과 함께 업무도 늘어났다. 참여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사실 인터뷰 요청 올 때,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었어요.” 우 교사는 고백했다. 그를 돌려세운 건 사소한 희망이었다. “회원 한 분이 며칠 전에 모이자고 글을 올렸어요. 함께 모임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힘이 되더라고요.” 사소한 희망은 뿌리를 적셨다. “예전에 <일다> 기자 한 분이 그러셨어요. 지금 정권 아래에서 여성주의 언론 한다는 게 쉽진  않지만 계속해야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또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저도 한 3년은 버텨 봐야….(웃음) 다른 선생님들도 많이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지금도 각자 고민하고 있을 후배 여교사들에게 우 교사가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1년간 안 때리면서 너무 힘들었는데, 때리고 나니 너무 편하더라.’고 한 선생님이 있었어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자신이 하고 있는 실천이 옳은지 고민의 끈을 놓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또 좋은 선배를 만나라, 힘들면 연락해라. 카페 주소 ‘cafe.daum.net/teachingirls’(웃음) 또 가입만 하지 말고 얼굴 좀 보자.(웃음)” ‘교무실의 꽃’은 ‘일등 신부감’의 꽃잎 대신 학교를 바꿀 뿌리를 아래에서부터 뻗고 있었다. 



등록일: 10-04-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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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성’ 교사-학생의 거침없는 대화
학교에선 말할 수 없는 솔직한 성과 사랑이야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우완
<필자 우완 선생님은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cafe.daum.net/teachingirls) 활동가입니다. –편집자 주>
 
학교의 안팎에서 이성 또는 동성과 연애관계를 맺으며 활발히 ‘사랑’하고 있는 10대들. 그리고 이들을 말릴 수도 없고 칭찬할 수도 없어,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복잡한 교사들. 양측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7일 <‘사랑하는’ 학생들과 내숭 뚫고 하이킥!>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이 공동 개최한 워크숍에서, 10대들과 교사들이 모여 “10대의 성과 연애”를 주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17일 열린 워크숍 <‘사랑하는’ 학생들과 내숭 뚫고 하이킥!>  © 촬영-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

“10대 연애의 진실과 거짓”
 
행사장인 전국국어교사모임 사무실에 먼저 도착한 10대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10대들이 이렇게 왁자지껄하는 곳에, 교사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학교와 어른들의 규범을 훌쩍 뛰어 넘어 이미 왕성하게 ‘연애’와 ‘성’을 즐기고 있는 학생들과, 보수적 학교규범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교사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드디어 시작된 생생토크 <10대 연애의 진실과 거짓>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됐다. 한 중학교 교사가 “대학생과 사귀게 되었다는 중3학생에게 ‘남자는 다 늑대니까 조심해’ 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어 답답했어요.” 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정작 17살 청소년들은 “대학생이래 봤자 네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그게 뭐 많이 차이 나는 건가요?” 혹은 “어른들은 열살 이상 차이 나는 연애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잖아요.” 하고 되물었다.

 
한 십대는 “저는 성소수자인데요” 라고 운을 뗀 뒤 “여섯 살 위인 제 대학생 (동성)애인과 성에 관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서 속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해 좌중을 유쾌하게 뒤흔들었다.

 
청소년들은 이어 10대가 연애한다고 말하기만 하면 무조건 말리려 드는 교사들과 부모에 대해, ‘언제부터 우리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하면서 서운함과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내에서 공공연하게 스킨십을 하며 사귀던 커플이 학교 측으로부터 강제 전학을 당한 일, 이성교제를 시작했다고 담임선생님에게 말하자 다짜고짜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해서 난처했던 일 등을 이야기하며, 교사들과 연애 문제를 터놓고 말할 수 없는 학교의 보수적인 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십대도 있었다.

 
연애와 섹스에 대해 서로가 궁금한 것들

 
십대들은 이러한 이유로 교사들이 자신의 연애상담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말하며, 연애와 성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는 주된 통로로 또래집단과 커뮤니티, 인터넷 등을 꼽았다.

 
고민의 내용도 다양했다. 한 사람과 진득하게 사귀지 못하고 상대를 자주 바꾸게 되는 것에 대한 고민, 남자친구에게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망설이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갈등,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연애관계를 다른 관계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미처 10대들의 고민일 거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생생토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아, 참가한 교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어진 자유질문 순서에서는 교사들이 10대들에게 물었다. 대체 한 반에 몇 퍼센트 정도의 학생들이 연애하고 성관계까지 맺는 것인지, 학생들이 사귄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10대들이 성관계를 맺는다면 어디에서 맺는지 등. 이 같은 질문에 대해 10대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들 간에도 서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10대들과 ‘연애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터놓고 하고 싶어도, “젊은 여교사”가 이 문제를 솔직하게 학생들과 대화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학교에선 편견 어린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성’에 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학교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학생들의 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교사 책임이 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십대들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다

 
이번에는 10대들의 연애 고민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에 대한 상담을 실습하는 <연애팍 도사> 코너가 이어졌다. “동성 친구에게 끌려요”, “상대방과 스킨십의 진도가 달라요”, “친구가 저를 스토킹해요”, “10대의 섹스는 죄인가요?” 이상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교사들과 10대들이 모둠으로 나뉘어 어떻게 고민을 해결할 것인가 토론하고 발표했다.

 
교사들은 해결책을 찾아 고심하는 반면, 10대들은 ‘동성 친구에게 끌려서 고민이라면 동성 친구에게 분위기 있게 고백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식의 발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자도 솔직하게 스킨십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학교에서 걸레라고 소문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털어놓은 여학생의 말을 통해서, 남학생 중심의 왜곡된 성문화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어른들도 제대로 피임 안 하면서 10대들에게만 왜 꼭 피임, 피임을 그렇게 강조하느냐’고 되묻는 한 청소년의 말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상담 실습 이후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향심 상담원이 <성폭력사건 지원의 A부터 Z까지>라는 내용으로, 여성주의교사모임 조영선 교사가 <사랑하는 학생들과 학교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미니 강연을 열었다. 두 사람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현실을 못 본척하고 부정하며 무조건 막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생님들하고는 대화가 안 통한다’, ‘학생들이 연애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문을 텄던 교사들과 10대들이었지만, 대화가 무르익다 보니 같은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연애와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따뜻하게 행사가 마무리됐다. 솔직한 10대들의 고백 덕분에 연애에 대해 한 수 배우고 가는 교사들의 모습이, 워크숍 장소에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밝아 보였다. 문제의 실마리는 말문을 트고 대화를 시작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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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22 [00:49]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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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연애를 파헤치는 자리
연애를 글로 배운 무식한 선생들이 한 수 배우고 가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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