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연애의 마음 | 4 ARTICLE FOUND

  1. 2010.06.11 자아존중감과 나르시시즘
  2. 2010.02.16 가장 중요한 일 2
  3. 2010.02.15 연애시 두 편
  4. 2010.02.09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차 한 잔이 되는 날 2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들 한다. 보통 '자존감'을 설명하면서 쓰이는 말이다. 그리고 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정말 많이 돌아다니는 말인데, 나에게는 항상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의 실체를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나 자신을 애지중지 여기기는 하지만 자존감이 높아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왠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또 그런데 한편으로, 자신에 대한 잘난 소리를 엄청나게 지껄이는, 그래서 자존감이 엄청 높고 자기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이 남에 대한 사랑은 할 줄 모르는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저 사람들도 내가 바라는 모습과는 좀 다른데, 싶었었다.

그런데 이제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성숙한 자아존중감을 가진 사람)과 억지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자기 자신을 잘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진정 존중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자아를 남들 앞에서 훼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종종 거짓말을 하곤 한다.

자기 자신을 잘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대해 잘 알고 이를 건강하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렇지만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을 위선/위악으로 포장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자기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한다.

자기 자신을 잘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일에 그저 투명하고, 자신있고, 자연스럽다. 주변에서 이를 보기에 불쾌해지지 않는다. 이를 칭찬받는 일에도 자연스럽고, 적절히 감사해하고 적절히 겸손해 한다.
그렇지만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장점이 자신의 전부다. 이것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들의 최대 위기. 기를 써서 장점과 강점을 드러내는 데에 조급해 해서 이를 지켜보는 일이 불편해진다. 이들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의 종이 되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이들의 적이다. 인정받지 못하면 상처받거나, 이 일이 증오와 분노의 계기가 된다.

지난 날,
내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겨우) 나르시시스트(에 지나지 않는 이)들 여럿을 선망하고, 사랑해왔던 것을 
(그래서 결국은 매번 상처받았음을) 이제야 깨닫고 무릎을 치는 순간이다. 
한 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아갔던 게다.


AND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내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일인지,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영영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나는데,
그런데, 잘 모르겠다.

사회운동이 가장 중요하던 때가 있었다.
앞뒤 안 돌아보고 돈 버는 일이 가장 중요하던 때도 있었다.
교직에 진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던 때가 있었고,
의미있게 교직 생활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손 대어 보는 지금이 있다.
나와 내 주변을 가꾸기 위해 애쓰는 지금이 있다.

약 두 달여 정도 기간 동안,
머릿 속엔 또 다른 삶이 가득했는데,
그렇게 계속 살면 삼년 후, 오년 후, 십년 후의 나는 어떻게 될까 돌아보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그렇게 사는 일이 너무나 중요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고도 생각했었다. 그게 의미없는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만약 만족하지 못하고 후회한다면 어떻게 될까 불안해진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살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진학의 뜻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데,
방법은 진학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답답해진다.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좀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이젠 나는 정말 그 일이 별로 재미가 없다.

이번 학기 내로 무언가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AND



'가본 적 없는 당신 마음의 먼 산'
'되돌아오는 샌드백'
등으로
연애의 차가운 단면을 보여준 연애시 두 편.




채호기

당신의 눈에서
사랑의 눈이 펄펄 내립니다.
눈은 쌓이지 않고 대부분
가슴에 깨끗이 스며듭니다.

당신이 가본 적 없는 내 마음의
먼 산에도 눈은 쌓이겠지요.
나는 도심의 한가운데서
흰곰처럼 웅크린 먼 산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물기 어린 눈에서
눈이 내리고......
먼 산에 눈은 쌓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언 길을 미끄러지지 않고
흰 날개를 팔랑이며 내려와
조용한 수면에 닿겠지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사랑하는 당신의 눈에서
사랑의 눈이 내립니다.
내 마음에 자국도 없이......

사랑의 함박눈이 내리고
내가 가본 적 없는 당신 마음의
먼 산에도 눈은 쌓이겠지요.

당신과 내가 이렇게
함께 따뜻해도
눈이 쌓일수록 깊어가는 고요뿐
당신과 내가 가본 적 없는
먼 산에 눈은 쌓이겠지요.

눈 쌓인 먼 산에 가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당신과 내가 모르는
덧없는 치장일 뿐이지요.


연애의 법칙

진은영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의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의 따스한 자갈,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AND


보고싶다는 문자 메시지 한 마디에
핸드폰이 찻잔이 되는 꿈을 꾼다
향긋하고 따뜻한 차를 호로록 호로록 마시듯이


  고
      싶
           어
             요

한 글자씩
호로록
호로록
들이마시고 싶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