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간 하드를 교환받으러 용산에 갔다가,
길을 좀 헤매다가 겨우 대리점을 찾아갔는데,
이미 시간이 지나서 접수도 받을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하는 아저씨의 불친절한 말에
그리고 이미 여러 번 이 하드 때문에 삽질하느라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너무 화가 나서 몇 걸음 걸어나와서 욕을 한 마디 하고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벤치에 앉았다.
1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생을 했기 때문에
2 그 곳을 안내해준 수리업체 아가씨가 교환 업무가 마감됐을지도 모른다는 걸 말을 안해줘서
3 하드에 써있던 전화번호에 전화했을 때 다섯시까지만 전화받는다고 하는 걸 들었는데도 갔던 내가 바보같아서
4 그치만 안 가볼수도 없었던 상황이 화가나서 (그들은 전화도 늘 잘 연결도 안 되었었고)
5 어딘가에 이 업체를 마구 까대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곳도 마땅히 없어서
이런 것들이 화의 이유였다.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몸에 힘이 들어간 부분에 공기를 불어넣는다고 생각하고 숨을 좀 쉬어봤다.
그랬더니 눈물이 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막 생각이 이어졌다.
세상에는 정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투성이고
나는 외롭고
나는 너무 힘이 없고
세상은 어찌할 수 없는 폭력 투성이고
이럴 때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등등등.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지난번 용산 왔을 때 백화점에서 산 속옷을 교환할 수 있는지 백화점에 전화를 했다.
백화점은 완전 친절했다.
전화도 바로 받고
연결도 바로 되고
매장 언니는 완전 유쾌했다.
내가 기분이 저 따위였으므로 목소리가 곱게 나갔을리 없는데도,
완전 친절하게 다 찾아봐 준단다.
끊고 나서 생각해 본다.
백화점은 항상 저렇다.
저렇게 교육받겠지.
안 그러면 혼나겠지.
근데 아까 그 직원은 그렇게 불친절한 걸 보니
그런 욕을 먹을만한 인터넷 게시판도 없고 상사도 없나보다.
그 직원의 불친절함이 차라리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시 조금 내가 좋아졌다.
대리점에서 거절받고 돌아서서 욕을 했을 때는 내가 매우 싫었었다.
집에 와서는 한 시간 정도 걷기를 했다.
또 돌아와서 스트레칭도 했다.
내가 조금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