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이 지났다.
돌이 지나고 보니 돌이 얼마나 별게 아닌지 체감하는 중.
돌이 지나도 여전히 아기는 아기. 엄마는 엄마. 밥 잘 안 먹는 아기는 여전히 잘 안 먹고, 젖 달라는 아기는 여전히 젖을 달라고 한다.
돌을 보내며 얻은 것들은,
나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
친정에서 아기랑 부둥켜 안고 힘들어 하다가 갑자기, 내가 이 시간 속에 풍덩 빠져있는 게 아니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게'하는 생각에 지배당하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갑자기 번뜩, 하고 내가 300일이 넘는 시간을 이렇게 '보내' 왔다는 데 생각이 이르니 어찌나 마음이 편안하고 내가 장하던지. 시간은 머물러 있는게 아니고 가는 것이니,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내'왔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이 빚어지는 것이니.
그리고 아기를 가지고 낳고 기르는 과정을 겪으며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빚지고 살아오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외롭고, 억울하고, 나만 손해보는 것 같고, 하는 생각들이 아직도 마음 속에서 불쑥불쑥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뻗어오던 도움의 손길들, 축복의 손길들. 나는 그들을 위해 쓰지 못했던 마음들을 나에게 써 주는 사람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인색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외로웠던 게 아닌가. 내가 도와줘야 할 사람들을 돕지 않고 다른 곳에 마음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였던 게 아닌가.
아기를 낳고 기르면 강해질 줄 알았다. 강해졌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것보다 이제는 내가 넓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