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우연히 캐나다 관광공사에서 올린 밴쿠버 사진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이야기.

2012년 밴쿠버에 두번째로 갔을 때엔 이번엔 혼자고 순수하게 놀러온 거니 제대로 밴쿠버를 느껴보겠다고 아웃도어 코스 중 그라우스 마운틴을 골랐다. 2월이긴 했지만 추적추적 이슬비나 내리는 날이었는데 산에 올라가는 케이블카에 타자 뭔가 싸아했다. 몇 미터 올라갔을까,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이 펼쳐졌다. 숲을 따라 가벼운 산보나 하려고 했던 나는 당황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그곳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숲이 있는 산이 아니고 아주 성업중인 스키장이었다. 도로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왠지 아쉬워 입장권을 끊었다. 스키장에서도 산보를 하면 되지 않나 했지만 걷다보니 너무 힘들고 일상적인 행색을 하고 있는 것이 왠지 남부끄러워 스키용품을 대여하는 곳에 들어가 가장 싸고 가장 걷는것과 유사한 스노우슈즈를 빌렸다.

스노우슈즈라길래 아이젠이 달린 장화인 줄 알았는데 받아보니 황당했다. 뭐랄까 아이젠으로 이루어져 있는 짚신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눈보라에 대비한 모자까지 하나 사서 쓰고 스노우슈즈와 함께 하는 스키장 산보를 시작했다.

숲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스키장 양 옆으로 우뚝우뚝한 캐나다 나무들이 서 있는 숲길이 있었고 제법 산책로 지도도 있었다. 걷다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멈추어 서곤 했는데 그러다가 호주에서 여행 왔다는 한 젊은 남자를 만났다. 과학 관련 잡지에서 일하는 기자라고 했는데 나는 영어도 못하면서 용감하게 대화가 가능한 척하며 얍, 놉, 해가며 적당히 말을 섞으며 같이 걸었다. 숲길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걸어도 돌아나오는 길이 나오지 않았고 길을 잃는가 했는데 다시 사람들이 스키타는 곳이 나왔다. 그는 잘됐다는 듯이 자기는 숲 탐험을 더 하겠다며 숲으로 다시 들어갔고 나는 황급히 케이블카를 내렸던 곳으로 돌아와 아이젠 짚신을 반납하고 하행 케이블카를 탔다. 몇 미터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눈이 비로 바뀌고 푸른 나무와 도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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