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돌보면서 자꾸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한창 일어서기를 연습하고 혼자 섰다가도 금세 무릎이 픽 꺾어지고마는 아기를 보면서 더 그렇다. 할아버지가 일어서기가 힘들어지실 때 그랬다. 자꾸만 픽픽 무릎이 꺾이고, 다리가 휘청거리고.
할아버지도 드시지 못하게 되기 전까지 오래도록 죽을 드셨다. 아기도 몇 달 째 죽을 먹으면서 밥 먹는 걸 연습 중이다. 이렇게 하면서 점점 된 죽으로, 진밥으로, 된밥으로 간다. 할아버지는 밥을 드시다가 죽으로, 더 묽은죽으로, 그러다가 죽도 넘기지 못하시게 되고 캔에 든 유동식을 드시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못 드시게 되었다.

아빠도 그랬고 할아버지도 그랬고 세상을 떠나 사라져버린 이들에 대해 생각하는 건 끔찍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분명히 존재하다가 깨끗이 사라져버린 이들. 이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어떤 종교적 수사들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어제는 아기를 돌보면서 또 할아버지 생각을 하다가, 아무것도 없다가 점 하나가 되고 그 점 하나에서 이렇게 자란 아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갑자기 차분해졌다. 0에서 시작해서 지금 한 5쯤 자랐을까, 이런 우리 아기도 10만큼, 100만큼 자랄 것이고 할아버지는 그렇게 자랐다가 다시 0이 되었다. 할아버지도 아빠도 왔던 곳으로 돌아간 것뿐이고 깨끗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갑자기 받아들여졌다.

아기를 낳고 나서 한 한달쯤 되었을 때였나, 이 아기도 죽음의 공포를 배울 것이고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아기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싶어 마음이 무겁고 미안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곧 아기와 내가 생의 고통들을 함께 나누게 되겠지만 이렇게 받아들이는 법도 같이 배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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