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루가 내 배를 운동장인 양 뛰어노는 하루하루.
뛰어논다고 하기보다, 꿈틀꿈틀거린다고 해야 맞겠지?
꿀렁꿀렁
꿈틀꿈틀
울쑥불쑥
뱃 속에서 움직이는 아기가 신기하고 재미있다.
단 걸 먹거나 하면 더 많이 움직이는데
나도 이런 새로운 반응이 내 몸에서 생긴다는 것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또,
오늘 아침 출근 길에는 움직이는 머루를 보며
덜컥, 무서웠다.
세상에 없던 생명을 하나 만들어 놔서 이걸 어쩌나.
제 맘대로 움직일 이 아이를 나는 어쩌나.
또 말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두려움들이 있다.
돌이 지나면? 두 돌이 지나면? 얼마나 지나면 이 두려움들로부터 다 해방되고
이 모든 아기에 대한 걱정들로부터 다 벗어나는 때가 올까.
아마 아니겠지.
엄마가 된다는 건 그런 것일게다.
2.
나는 결혼을 왜 했나,
주말을 엄마와 동생과 함께 보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결혼을 하고나니 내 몫의 욕심, 내 몫의 울타리, 내 몫의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간다.
결혼을 한 이유에는 엄마가 바랬기 때문.도 있는데,
정말 엄마를 생각했다면 결혼하지 말고 엄마랑 동생을 잘 도우면서 살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내 몫의 것들이 늘어나니,
엄마가 나를 전적으로 돕지 않고 동생을 돌보는데 전력을 투자하는 것이 점점 싫어진다.
나는 이럴 줄을 왜 몰랐나?
알았을 텐데, 아마도 나는 또 벗어나고 싶어졌던 모양이다.
이런 마음이 되니,
예전에 아빠를 부담스러워하고 미워했던 감정들이 엄마에게로 화살을 돌리는 거 같다.
엄마때문에 내가 내 마음대로 못 사는 것 같은 기분.
그건 엄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인데.
내 자식이 생기면 더 하겠지.
이게 엄마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점점 더, 엄마는 엄마 자식(동생)말고
나 그리고 내 자식을 더 돌봐줬으면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3.
어제는 남편과 출산계획을 검토해보았다.
D-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