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쓴 글.


여교사에 대한 편견 부추기는 언론
‘남교사 할당제’에 보내는 찬사 우려돼
 
여성주의 저널 일다 우완

<필자 우완님은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임 중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7일, 서울시 교육청은 초등 및 중등교원 신규 임용에서 남성 교원을 3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교사가 ‘너무 많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신문과 방송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교사 ‘여초’ 현상을 뉴스거리로 다루고 있다. 여성 교사가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학생들 인성교육 면에서나 학교운영 면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는 ‘남성 교원 할당제’라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목소리로까지 번졌다.

서울시 교육청의 발표가 있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주요 일간지 사설에는 일제히 찬성 의견들이 실렸다. “남성교사 적정선 확보해야”(세계일보), “남자교사 임용 늘리는 방안 필요하다”(한국일보), “남교사 비율 높일 필요 있다”(국민일보) 등이 그것이다. “교사 남녀 불균형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매일신문), “남성교사 임용확대 불가피하다”(서울신문) 등의 표제에서는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여교사의 학생지도력 문제 삼다니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된다는 여성 교사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런 보도들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이렇다 할 연구나 근거 자료 없이 여성 교사에 대한 편견을 거르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교직의 여성화’로 인해 남학생들의 성 역할 사회화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면서,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여자교사가 남학생의 특성과 고민을 다 이해하긴 힘들 것”(한국경제)이라고 단언한다.

여성 교사들이 너무 많아지면 “생리 휴가, 임신과 출산, 육아 휴직 등이 많아지면서 계약직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 학교 운영이 힘들다”(중앙일보)며, 여성들이 노동현장에서 보장 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에 대해서조차 부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교내 폭력, 왕따, 도난 사고 등은 여교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많”고(중앙일보),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고학년 남학생을 여교사가 다루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나 폭력을 휘두르는 남학생과 여교사간 갈등”이 벌어지고(국민일보) 있다는 둥, 여성들의 학생 지도력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실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여성으로서 통탄할 지경이다. 교육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언론이, 교육 현장에 있는 여교사들의 역할을 이렇게 깎아 내림으로 인해 어떤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여교사는 엄마, 남교사는 아빠?

이들 보도와 사설의 주장에서, 가장 주된 근거로 거론되는 것은 교직의 여성화로 인해 학생들의 전인교육 측면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서울시 교육청의 발표가 있은 후 “가정에는 엄마 아빠가 있듯 학교에서도 남녀 교사가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한다”고 말한 초등학교 교사의 찬성 의견을 소개했다. “아이들이 여교사는 엄마로, 남자교사는 아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초등학교 교감의 의견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아빠와 엄마로 이루어진 소위 ‘정상 가족’에서 자라야만 ‘전인교육’이 가능하다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교육 현장에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 아닌 다양한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 ‘비정상’ 혹은 ‘결손’이라고 보는 차별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남녀의 역할 모델은 성장기 어린이, 청소년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이라며, 밥그릇의 문제가 아닌 교육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접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 또한 ‘남녀의 성 역할 구분은 바람직한 것’이라는, 성 역할 고정 이데올로기를 ‘교육적 관점’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교육적 관점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성 역할 고정 이데올로기는 이미 우리 나라 교육 과정에서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7차 교육과정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양성평등 관점’을 도입, 각종 교과서 삽화에서는 가사를 돌보는 엄마와 직장에 나가는 아빠의 모습을 삭제하기로 했고, 사회 교과서에서는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은 고정된 것도 아니고 반드시 닮아야 할 것도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성 역할 고정관념’ 드러내는 언론

교직의 여성화를 문제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근거로, 학교업무 진행 및 운영 면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건을 나를 때 남자 교사가 필요”(조선일보)하고, “각종 행사 준비과정이나 수련 활동, 운동회 등에선 아무래도 남자 교사의 역할이 필요”(중앙일보)하다는 것이다. 학교에 남자 교사가 너무 적어 운동회 때면 운동장에 혼자서 줄을 긋느라 너무 힘이 드니, 어서 남자 동료를 충원해 달라는 웃지 못할 발언도 실려 있다.

만약 ‘왜 학교를 운영하는 데에 남성 교원이 꼭 필요한가’라고 진지하게 물을 경우, ‘아무래도 힘을 쓸 일이 많다’고 얼버무릴 작정인가? 그렇다면 ‘남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근력’이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교사로서 해야 할 여러 행정업무들은 결코 한쪽 성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혹시라도 업무 자체가 성별로 나뉘어있다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성별 분업의 문제를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할 일이지, ‘여자가 너무 많아서 학교 경영하기 힘들다’고 성차별적인 주장을 할 일이 아니다.

이쯤에서 돌이켜 보아야 할 사실은, 교직에 여초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도 교장의 절대다수, 교감의 다수가 남성이라는 점이다. 남자아이들이 남성답게 자라나지 못할까봐 걱정하기 이전에, 학생들이 ‘남자는 윗사람, 여자는 아랫사람’이라는 잘못된 성 역할 고정관념과 성차별 의식을 배우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지 않은가?

교장은 ‘남성’, 비정규직 교원은 ‘여성’인 현실

만약 언론이 교육자의 성별 비율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다면, 직종 별 근로환경과 고용형태, 임금, 사회적 대우의 문제를 성별 불평등의 문제와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분석해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교원의 경우 여성이 대다수이고,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의 성별비율은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왜 교육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가. 나아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사 비율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 대해선, 왜 남자어린이의 전인교육 문제를 우려하지 않는가.

아직도 교육 현장에선 여성에게 폭력적인 교무실 문화로 인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여교사들이 있고, 남성 교사만을 선호하는 사립학교 재단의 편견으로 인해 부당하게 교육현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언론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알리고 공정한 시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 2007/04/12 [22:30]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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