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투정 같지만 요즘 학교가 너무 가기 싫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며, 머리를 감으며, 집을 나서며, 전철을 타며, 또 전철을 내리는 순간까지, 
'아파서 못 간다고 전화할까' 하고 백번 천번 생각한다. 

학교 생활이 많이 답답하다. 
말이 통하는 사람 한두 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늘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나를 아껴주고 예뻐해주는 선생님들도 많지만 이분들은 나에 대해 반도 모를 것이다.

종종, 자기만의 세계가 전부라고 믿는 그 사람들의 가치관이 너무나 역겹기도 하다.
내가 아직 어려서 뭘 잘 몰라서 이런다고 생각하며 가르치려 들거나
아니면 내가 어렵사리 감행한 작고 소심한 저항의 몸짓들을 우스개로 삼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기독교 학교이다보니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신앙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너무나 너무나 옳기만 하고, 이와 다른 사람들은 그저 안타깝다는 태도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태도인지를, 정말 몸서리쳐질 정도로 알게 됐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는 그들과 공존하기를 이렇게 힘겨워하는 나 자신에 의문이 든다.
대체 나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걸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이해받는 것에 이렇게 어려움을 느끼고 힘겨워한다면
다른 어디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내가, 왜, 이렇게 나와 다른 것이 더 많은 커뮤니티에서 자꾸만 살게 되는 걸까? 

이런 회의가 가득한 밤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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