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다. 
담임을 맡는 것이 처음이라 선배 선생님들의 조언이라면 무조건 따를 때였다.
한 선배 선생님이 나에게, 아이들의 핸드폰은 아침에 걷어놓는게 좋다고 충고했었다.
나는, 아 그렇군요, 하고는 박스를 하나 만들어서 매일 아침 아이들의 폰을 걷어오기로 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 일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핸드폰을 쓰는 게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 방식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은 둘째치고라도
고가의 소지품을 관리하다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부담.....도 셋째치고라도
일단은 걷어지는 핸드폰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가는데, 내놓으라고 할 방법이 없었다. 
처음 첫 주는 박스가 묵직했는데, 3월 마지막주 쯤엔 한 서너개밖에 걷히지 않았고, 아이들은 안 가져왔다며 내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회가 끝나고 핸드폰 걷는 박스를 받아들었는데 박스가 또 가뿐했다. 
대체 얼마나 안 냈길래 이렇게 상자가 가볍나,하고 발끈하는 마음으로 '너네들 진짜!' 하면서 박스를 봤는데
박스 안에는 핸드폰 그림, 핸드폰 사진이 가득했다. 

아이들이야 그냥 장난으로 한 일이겠지만
나는 이 장난이 마치 정치적 의사표현인 것처럼 여겨져
가슴이 다 뭉클하고 눈물이 다 핑 돌면서 그동안 내가 미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턴 핸드폰박스는 사라졌다.

매해 만우절마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는데 아이들 반응은 그저 그렇다.
그치만 나는 늘 너무 자랑스러운, 내 첫 담임 아이들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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