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도 뜨거웠던,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찍은 사진 - 포드 자동차 매장 앞을 유유히 지나는 소.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소와 나 사이의 땅에는, 소가 방금 '푹' 하고 싸고 지나간, 똥이 한 무더기 있다.



겨울이 되어도 즐비한 야자수들, 흙먼지, 이글거리는 태양, 물 속에 가득한 이끼, 화려한 색감의 옷들.
사람들은 가난해 보였지만 표정은 느긋했고 그러면서도 몸매는 날렵했다. 
겨울이 오면 푸른 것들이 한차례 죽음을 맞이한 후에야 다시 태어나는 우리의 기후보다는
이런 뜨거운 기후에서 더 많고 다양한 생명들이 와글거리며 살아가고
또 그보다도 더 다양한 삶의 존재방식들이 공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봤던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영화, '엉클 분미'에서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세계에 등장하는 일이 공포스럽지 않게 그려지고
산 사람은 죽음을 맞기 위해 자연스레 죽은 사람의 손을 맞잡고 정글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은 생명이 잉태되는 공간과 통해있다.
산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도 주변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으며 
장례 절차를 마친 후 그 주변인들도 영혼과 몸이 분리되는 일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어떤 뚜렷한 서사 없이 전개된다. 

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외부와 단절되지 않고 개방된 주택과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 그늘 밑의 평상에서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캄보디아에도 있었고 
나는 비로소,
이런 곳에서라면 삶과 죽음에 대한 그런 상상력이 전혀 낯선 것이 아닐 것이고,
또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서사가 가지는 의미가 우리와는 다를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할 수 있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