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이후 내가 영화에 품는 기대와 희망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 는 김혜리 기자의 말에 끌려 이 영화를 보러 갔다. 

삼십년 전의 첫사랑을 만난 사십 대 두 남녀의 뒷 모습이 녹음 속에서 사라져갈 때,
그리고 아버지가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동안 첫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의 모습이 교차될 때,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소녀의 손 위에 할머니가 남긴 종이 나비가 팔랑일 때, 
숨을 참는 연습을 모질게 한 끝에 수영장에 빠져보고 돌아온 소년의 의기양양한 눈이 반짝일 때,
그 때,
인생이 남루하면서도 아름답다는 것 -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취해서 삶을 견뎌나간다는 것,
사는 일이 단순해서 사람들은 더 복잡하게 산다는 것 -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망각 속에 서로를 괴롭히며 산다는 것,
이런 것들을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았다. 


"영화는 사람의 수명을 세 배나 연장시킨대."라는 영화 속의 말이 이래서 가능했나보다. 




"앞에서만 볼 수 있지 뒤에 있으면 못 보잖아요,
그러니 진실의 반만 보는거죠."

"이건 내 뒷모습이잖아, 이걸 왜 찍었니?"
"못 보니까."

“할머니 죄송해요. 
할머니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가하는 말은 죄다 할머닌 아시니까 안했어요.
할머닌 가셨는데 하지만 어디로 가셨죠? 아마 우리가 아는 곳일 거에요.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럼 날마다 재밌을 거예요. 할머니 계신 곳도 찾겠죠.
그러면 모두에게 말해서 함께 할머니께 가도 되나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특히 이름이 없는 아기를 보면.
할머니가 늘 늙었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저도 늙어간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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