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엄마와의 통화
뚜루루 뚜루루루루루루루 뚜루
나 : 여보쇼
엄 : 어디쇼
나 : 집이요
엄 : 밥 먹었쇼
나 : 먹었쇼
엄 : 은제 올거야?
나 : 나 31일날 갈거야
엄 : 왜?
나 : 오늘하고 내일 다 약속있어.
엄 : 뭐, 좋은 약속이야?
나 : 아니 뭐 맨날 그렇고 그런 약속이지.
엄 : 아니 왜 맨날 그래? 해는 바뀌는데.
나 : 그르게.
엄 : 그렇게 맨날 똑같은 것들끼리 만나서 똑같은 얘기나 하는게 뭐이 좋다구.
나 : 그래두 시골보다는 서울이 낫지 않겄어?
엄 : 차라리 장거리 뛰다보면 뭔 일이 생길 확률이 더 많지 않겄냐?
나 : 그래? 장거리 뛰면 뭐가 생겨?
엄 : 아니 옛날엔 길가다가 맘에 든다고 쫓아오는 남자들도 있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놈들이 통 없나보더라?
나 : 응 요즘 그런 애들 없대
엄 : 아니 왜들 그래 맘에 들면 커피 한잔 하자고 쫓아가고 들 그래야지
나 : 요즘 그런 문화가 많이 없어졌대드라
엄 : 아니 남자애들이 빙신이라 그런거야 멍충이라 그런거야?
나 : 모르지. 요즘은 한 번 거절당하면 돌아보지도 않는대드라.
엄 : 그러게 여자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똑똑하게 잘해야지 괜히 한번 퇴짜 놨다간 큰일들 나겄어
나 : 그렇지
엄 : 옛날엔 엄마는 고속버스에서 뭔 일도 있고 그랬는데
나 : 뭔 일
엄 : 으흐흐흐흐
나 : 뭔 일인데
엄 : 아니 그냥 몇 번 만나구 그랬지
나 : 그랬어?
엄 : 그럼 그랬지
나 : 아깝구만
엄 : 31일은 한참 복잡할 텐데?
나 : 아침에 일찍 가야지
엄 : 근데 오늘하고 내일 낮에 만나고 30일날 오면 안 되나?
나 : 나야 방학해서 학교 안 가지만 남들도 다 안 가나 뭐?
엄 : 아 참 그렇지. 그럼 살이나 좀 빼라.
나 : 알았어
엄 : 오늘 왜 발레는 안 갔어?
나 : 늦게 일어났어
엄 : 그려
나 : 그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