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험이 끝나고 종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교실에 우우 여기저기 몰려 있는 아이들 가운데서 흑흑 우는 소리가 난다.
"얘, 누가 우니?"
"선생님 ㅇ이 울어요~"
아이고 울긴 왜 울어 ㅇ 왜 울어? 밀려썼어? 계산 틀렸어? 하고 쪼르르 갔는데
애들이 옆에서 선생님 ㅇ은 수학 공부만 죽어라 했어요, 한다.
아~ 공부 너무 열심히 했는데 성적 안 나와서 우는거야? 했더니 울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아이구 속상하겠네 주저리 주저리 어쩌구 저쩌구 ㅇ아 너무 좌절하지 말구 맘 크게 먹어야 돼~
하고 돌아섰는데
교실 저 편에 혼자 서 있던 한 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서서 나를 부른다.
선생님
응?
선생님 저요...
응? (집이 어려운 아이라 집에 무슨 일 생겼나 하고 가슴이 덜컥, 그런데)
저도 시험 못 봤어요......
아이구 어쩌나 하면서 꼭 안아주었는데 아이 몸이 들썩들썩한다.
우는 아이 눈을 들여다보면서 괜찮아, 별일 아니야, 잊어버리구 다음 거 준비해야돼, 하는데
여기저기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들부터
허탈한 표정으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선생님 전 눈물도 안 나와요, 하는 애까지
수학이 뭐길래 교실이 이렇게 초토화가 되었나 싶어서 속상하기도 하면서
그런데 또 사실 이 상황이 좀 우습기도 하고
아이들이 귀엽기도 해서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한 삼십 분이 지나고 집에 갈 아이들은 가고 남을 아이들은 남아서 교탁을 뺑 둘러쌌다.
ㅇ은 아직도 조금씩 눈물이 나는 모양.
나는 본격적으로 "좌절 금지"를 주제로 썰을 풀고 있는데
갑자기 ㅇ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빵, 터뜨린다.
"저 '아 맛있다' 뺐겼단 말이에요!"
눈이 똥그래진 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랬더니 옆에서 ㅇ의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설명시작.
내용인즉슨
ㅇ은 같은 우리반이면서 같은 동네 사는 ㄱ과 수학 학원을 함께 다니는데
ㅇ이 요즘 학원의 수학샘을 짝사랑 중. (수학 공부만 한 이유도 이것임.)
요즘 광고에서 신민아가 한다는 "아 맛있다"를 수학샘 앞에서 신민아와 똑같이 해서 예쁘게 보이고 싶었는데
그래서 연습도 백번 넘게 했는데 (영상 통화로 아이들한테 똑같다고 인정도 받았는데)
그만 학원에서 ㄱ이 먼저 해버렸단다.
질문도 준비해갔는데 ㄱ이 질문을 많이 해서 자기는 학원 샘이랑 이야기도 못하고
시험도 ㄱ이 더 잘봐서 너무 분통이 터졌단다.
ㅇ이 "어제는 둘이 하이파이브 하는데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하면서 본격적으로 꺼이꺼이 우는데
나는 허리가 꺾이도록 까르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