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팀 작업 중에 호주제로 인한 사회 변화를 다룬 신문 기사를 두고 입씨름이 있었다.
호주제로 인한 사회 변화 중
- 딸만 있던 집안이 딸의 성씨를 아이에게 물려주어 대를 이을 수 있게 된다.
- 실직한 아버지도 가장의 부담에서 벗어나 떳떳해질 수 있다.
는 예화 두 가지가, 호주제로 인한 변화로 다루어질 만하지는 못한 것 같아서
문제제기를 했고 이에 대한 짧은 논쟁이 있었다.
타당한 신문기사라는 주장에 맞서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워낙 이런 상황에서 조리있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이성을 잃지 않고 대화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 선생님도 걱정된다'는 말에
그만 '하!'하는 소리가 나와버렸다.
허허허허.
아무튼 이러구러 하다가 다시 쓴 예화 두 개.
---------------------------------------------
#2. 갓난 아기가 호주라니? 모자(母子) 가정의 가장은 아기?
- 구시대적 삼종지도(三從之道)에서 벗어나
삼 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 씨는 갓 태어난 아기가 가정의 호주로 등록되는 기막힌 호주제 앞에서 망연자실했었다. 호주제에는 여자는 결혼 전에는 아버지에게,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아들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삼종지도(三從之道)의 구시대적 윤리가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기가 살아가는 가족인데 법적으로는 갓난 아기가 호주로 등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울 뿐더러 제도적으로도 이 씨를 실질적인 가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부당함이 있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부모와 자녀는 모두 개인 호적을 갖게 되므로 이 씨와 같은 모자 가정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 법의 모순이 해결되고 현실을 반영하는 호적 제도가 자리잡게 된다.
#3. 부모님 모시는 딸, 법적으로는 가족이 아니다?
- 함께 살면서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출가외인(出嫁外人), 이제는 옛말
아래로 남동생 둘을 둔 맏딸 심 씨는 치매를 앓는 친정 아버지를 모시고 오 년 동안 살았지만 법적으로는 아버지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혼을 하면 여자는 친정의 호적에서 시댁이나 남편의 호적으로 옮겨지는 호주제 때문이었다.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니 국가의 지원도 받기 어려웠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연금의 상속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다. 반면 법적으로 심 씨의 가족에는 함께 살고 있지도 않은 시부모님과 시동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호주제 폐지 이후에는 이와 같이 비현실적인 법적 가족 개념은 사라진다. 함께 살고 부양하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면 심 씨도 아버지를 모시는 실질적인 부양자로, 그리고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