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허수경 | 2 ARTICLE FOUND

  1. 2010.11.08 당신의 모든 순간
  2. 2009.12.24 뱃속이 환해지는 알약 1



강풀의 '당신의 모든 순간'을 읽으며 꼭 울고 마는 이유.


당신의 모든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 것이었을까,
당신의 마지막은 어떻게 된 걸까,
나와 당신의 마지막은 왜 그렇게 엉망이었나,
당신도, 혹시, 어딘가에서, 계속 나에게로 돌아오는 중은 아닐까,
나는 이제 예전의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은데, 혹 당신이 나를 찾지 못한다면 어쩌나.
혹 내가 당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어쩌나.
그때가 되어도 내가 당신을 거절하면 어쩌나.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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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훼손하면 안 되지만,
이렇게 끊어읽을 때 더 좋기에
굳이 행을 나누어 적어본 것.


 


AND


'꿀꺽 삼키면 속이 환해지는 알약'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어제 문득 저 문구가 떠올랐었는데,
다시 찾아 읽어보니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시로구나.

다시 읽어보니 '통증이 찾아오고 통증은 빛 같다'는 말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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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걸어오는 밤

허수경

저 달이 걸어오는 밤이 있다
달은 아스피린 같다
꿀꺽 삼키면 속이 다 환해질 것 같다

내 속이 전구 알이 달린
크리스마스 무렵의 전나무같이 환해지고
그 전나무 밑에는
암소 한 마리

나는 암소를 이끌고 해변으로 간다
그 해변에 전구를 단 전나무처럼 앉아
다시 달을 바라보면

오 오, 달은 내 속에 든 통증을 다 삼키고
저 혼자 붉어져 있는데. 통증도 없이 살 수는 없잖아,
다시 그 달을 꿀꺽 삼키면
암소는 달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간다

온 세상을 다 먹일 젖을 생산할 것처럼
통증이 오고 통증은 빛 같다 그 빛은 아스피린 가루 같다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