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20회에서 내가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어머니의, '우리가 난로가 되어주자'는 대사보다도
아버지의, '미안하다'는 대사였다.
무엇이 미안할까.
(우리와는 다른 너를 받아들이기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
(너의 이야기를 듣고 부정하고픈 마음이 앞선던 것 때문에)
(이런 나 때문에 그동안 더 외로웠을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너와 같은 사람들을 그동안 또라이 취급해왔던 내 오만함 때문에)
(앞으로도 나는 너의 아픔을 온전히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등등의 말들을 괄호 안에 넣어본다.
결국은,
(너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것 아닐까.
모든 종류의 고난과 아픔은 본인만이 감당해야 할 몫이 있기에,
그것을 온전히 함께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입장이어서,
그래서,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나, 너는 너일 뿐인 이 生에서,
사랑하는데, 그 사랑하는 사람과 꼭같을 수는 없어서 드는 편안하지 않은 마음, 未安함.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삽시간에 아득하게 멀어진 나와 너 사이의 거리에 대한 절절한 안타까움.
이 편안하지 않은 마음과 안타까움을 고백한 후에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감싸주고, 그리고 함께 싸우는 과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서야 많은 친구들에게 미안해진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