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첫 수업시간.
2학기 수행평가를 안내하고
남는 시간에는 2학기 발표 주제인 지식채널을 보았다.
(지식채널 틀기 실습 차원)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문제의식 있는 걸 봐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잊혀진 대한민국> 시리즈를 보았는데, (나도 참.)
하나 보고 났을 때는 괜찮다 싶었는데 같은 주제로 두 개, 세 개를 이어서 보니까
너무나 무겁고 우울하게 가라앉는 분위기여서 내가 감당이 안 되었다.
네번째 반에서는 그 무게가 싫고 여러 번 보는 게 지겨워서,
가벼운 걸로 틀었다.
가벼운, 여고생 특유의 탄성들이 이어지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감성을 편하게 느끼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
편안하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감성을 울리면서도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전달하기.
그러니까, 조금씩 역치를 늘려가기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유머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의 수업의 패턴에 이제는 익숙해진 아이들과 함께,
그런 만큼 더더욱, 좀 팽팽한 긴장감으로
수업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작년엔, 뭘 해도 감동이 없었다.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을 읽어도
간디의 물레를 읽어도
눈길을 읽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그 이야기의 무게에 오히려 내가 눌리는 느낌이었달까.
서로가 익숙해져 있으니 내가 하는 이야기도 뻔하게 들릴 것 같아서였는지,
내가 스스로 그 이야기에 푹 젖어서 문제의식을 전달하기보다는
나와 학생들과 이야기주제가 비눗방울처럼 붕 떠 있었던 느낌이다.
이 교과서 안에 들어있는 것은 내가 오랜 기간 공들여 갈고 닦아 길을 냈던 텍스트들인데,
내년부터는 교과서가 바뀌니 이 텍스트들을 들고 학생들을 만날 일은 한 십 년 간 없을 것 같다.
그런 만큼, 애틋하게, 다시 시작해야겠다.
처음처럼이 아니라 마지막처럼,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