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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30 학습량과 좋은 교육



내가 존경하는 우리 학교의 두 국어 선생님은 분명 두 분 다 훌륭하신 선생님들인데
좋은 수업과 학습량에 대한 확고한 '이견'을 가지고 계셨었다.

한 분의 의견은 이랬다.
수업은 쉽게, 학습 내용은 적게, 학생들의 표현은 많이,
학생들이 표현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수업의 목표.

다른 한 분의 의견은 이랬다.
옛글 속엔 너무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 많다.
이 글도 너무 훌륭하고 저 글도 너무 훌륭하다,
그러니 어떻게든 많이 가르쳐줘야 한다.
안 그러면 학원 가서 배운다.

나도 처음엔 후자의 선생님과 같은 상태로 학교에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전자의 선생님과 비슷해졌다.

(사실 후자의 선생님처럼 가르칠 실력도 안 되었지만)
후자의 선생님처럼 가르치고자 하니 50프로의 학생은 버리고 가는 강의가 되었다.
사실 나는 지금도 후자의 선생님이 어떻게 모든 학생을 다 참여시키면서도
그 훌륭한 글들을 모조리, 깡그리 읽히는 강의를 하셨는지, 그 비결을 모른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늘 학생들에게
'난 미리 세번 읽어온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수업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던 것만은 안다.
난 다만 학생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용기가 안 났다.
안 읽어오면 어떡하지? 읽기 어려웠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리고 하나의 소설을 읽더라도
학생들이 푹 작품에 젖어 들 기간을 주고
작품에 대한 생각이 숙성하여 표현하고픈 것까지 나오기까지는
늘 어떻게 서둘러도 오래걸렸다.
그렇게 하자니 국어책에 있는 것을 다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시간이 흐르고 전자의 선생님은 학교를 떠났다.

나는 학교에 남아 후자의 선생님과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
2010년, 변화한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도 부모들도 마음이 바쁘다.
내 수업에 대해 뭐라고 소리를 들은 것은 없지만
옆 반 학생들이 했다는 이야기,
옆 반 부모들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더 마음이 바빠진다.

어려운 것을 마구 가르쳐야 학생들이 배운다고 느낄 것 같다.
진도를 바삐바삐 나가야 학생들이 알차다고 느낄 것 같다.
이 학생들에게 연극을 해보자고 하면 바쁘다고 싫다고 할 것 같다.

그리고 또 어느새,
많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작품의 감상의 숙성을 기다리던 즐거움을 앞선다.
많은 것을 주는 교사가 되면 왠지 내가 유능한 교사가 될 것 같다.
많은 것을 주지 않는 교사라서 미안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따라오지 못하는 50%만을 위한 교사였던 것일까?
그들이 없어졌으니 이제 나의 교사 역할은 방향 전환을 해야하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했던 일은, 그들이 아닌 다른 학생을 위해서도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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