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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6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릴 때가 왔다.



MB정권 초기, 이런 내용이 담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벌써 초기라고 부를 만큼 시간이 지나긴 했구나) 
" ... 10년이 지났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릴 때가 왔다. 
보도블럭 깨는 법, **병 만드는 법, ... "
(너무 다시 읽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온다)

내가 저러겠다는 건 아니고,
세상이 달라지면 달라진 대로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법.

오늘 마지막 야자를 기념하여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면서,
내가, 
강제 야자 싫고 강제 보충 싫다고 반대한다고 오만 땡깡은 다 부리면서
아이들에게 그에 맞는 추억을 만들어 주는 데에는 너무 인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급 구성원 전원이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붙박이로 제자리에서 공부하던 시절,
빼곡히, 일 년동안 일고여덟권을 써 내려가던 모둠일기가 있었고
친구와 마주 앉아 나누어 먹던 아침 저녁 두 개의 도시락이 있었고
밥 먹고 양치하고 나와 칫솔 든 채로 빙빙 돌며 산책하던 꽃밭이 있었고
야자 시간, 숨어서 속닥거리던 지하실이 있었고
생일 축하를 빙자하여 온갖 미술 솜씨 글 솜씨를 뽐내던 생일롤링페이퍼(거의 책 한권이 되던)가 있었고
그리고 
학교 근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샤워도 하고 옷도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열시 종례를 하러 돌아온 담임쌤이 있었다.
담임쌤은 가끔 (거의 일주일에 한번?) 간식을 사서 돌렸는데 
당시 최고 인기 간식은 왕따시만한 핫도그였다. (그걸 늘 먹고도 살이 안 찌던 그 시절이 그립다 ㅜㅜ)
나는 위염으로 늘 고생하면서도 그 핫도그는 너무 맛있어서 꼬박꼬박 받아먹었고
학교 앞 핫도그 가게 아줌마는 그걸 너무 많이 팔아서 재벌이 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아줌마가 학생들이 너무 고마운 나머지 핫도그 박스에 사랑한다고 적어서 보낸다는 이야기도)

그리고 고3 마지막 야자를 하던 날
담임쌤은 초코파이를 쌓아 케이크처럼 만들어서 가지고 왔던 것 같다.
우리 이렇게 모여서 야자 하는 거 이제 마지막이라고. 3년 동안 고생많았다고.
그리고 나는 '야자 이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냐'며 엉엉 울어서 친구들이 혀를 찼던 기억도 난다. 
난 단지 세월이 이렇게 흐른다는게 슬펐을 뿐인데. 

야자의 모양새는 비록 그 때와 같지 않아서,
마지막 야자라는 말이 자아내는 비감은 그 옛날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오늘 내가 사 준 도넛을 먹으며 
내가 누렸던 작은 추억의 한 조각을 나눌 수 있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하나씩 떠올려,
팍팍한 학교 생활을 즐기는 법들을 하나하나 되살려 봐야겠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의 입장에 반대하는 의견을 불평하며 말해주는 담임보다는, 
지금의 자리에서, 조금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 주는, 그런 담임이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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