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삼키면 속이 환해지는 알약'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어제 문득 저 문구가 떠올랐었는데,
다시 찾아 읽어보니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시로구나.
다시 읽어보니 '통증이 찾아오고 통증은 빛 같다'는 말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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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걸어오는 밤
허수경
저 달이 걸어오는 밤이 있다
달은 아스피린 같다
꿀꺽 삼키면 속이 다 환해질 것 같다
내 속이 전구 알이 달린
크리스마스 무렵의 전나무같이 환해지고
그 전나무 밑에는
암소 한 마리
나는 암소를 이끌고 해변으로 간다
그 해변에 전구를 단 전나무처럼 앉아
다시 달을 바라보면
오 오, 달은 내 속에 든 통증을 다 삼키고
저 혼자 붉어져 있는데. 통증도 없이 살 수는 없잖아,
다시 그 달을 꿀꺽 삼키면
암소는 달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간다
온 세상을 다 먹일 젖을 생산할 것처럼
통증이 오고 통증은 빛 같다 그 빛은 아스피린 가루 같다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