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고3담임 | 2 ARTICLE FOUND

  1. 2011.05.29 고3 담임으로 살아가기 2
  2. 2011.03.01 학부모님께 2


고3 담임을 맡게 된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지레 겁먹었던 것들은 이런 것이었다.
1. 아마도 나는 온갖 눈치작전을 써가며 입시원서 써주는 일이 무척 싫을 것인데 이것을 해야 한다니 두렵다
2. 아마도 아이들은 언어영역 성적을 올릴 비법을 가르쳐주는 강의를 원할 텐데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하니 두렵다
3. 아마도 학부모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텐데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 않을테니 두렵다
등등. 

2번과 3번은 그 예측한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1번은 조금 다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반에 명문대에 갈 학생이 거의 없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담임하고 있는 학생들 중 대다수는 전문대에 가야하는 상황이다. 아마도 반 이상? )
처음에는 내 자신이 걱정스러울 만큼 입시에 무감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이 아이들이 자기한테 맞는 대학에 꼭꼭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절박해진다. 

취업한 졸업생(대학에 진학했는데 아버지가 이런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하라고 했다고)을 만난 후에는 더 그렇다.
말로는 '네 선택을 응원한다, 지지한다, 잘 지내라, 보기 좋다' 하며 등 두드려 보냈지만
실은, 이 먹물의 솔직한 마음은, 너무 일찍 사회생활을 접하고 늙어버린 아이가 보기에 안 되었다, 싶었다. 
그래도 대학을 가야지, 싶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학생들 인생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그저 응원해주고, 함께 해주는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
고3 담임 처음 한다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지 모르겠다고 징징거리니 이런 말을 해 준 선배 샘이 있었다.
"그냥 같이 가는 거지 뭐. 애들이 긴장하면 같이 긴장하고, 조바심도 같이 내고, 걱정도 같이 하고..."
 
그래서 그 마음 다잡는 의미로
스승의 날엔,
옛날에 부르던 노래 '한 걸음씩'의 가사를 적어서,
흐드러진 진달래꽃 앞에서 찍었던 반 단체사진 뒤에 붙여서,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들려 보냈다.
그냥, 한 걸음씩 같이 가자고 ;;;
아 이 촌스러운 감수성이여 ㅠㅠ

아무튼, 
아이들보다 앞서가지도 말고, 뒤쳐지지도 말고, 나란히 가는 감각을 기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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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월 첫날을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하는 선생님들과의 모임에 갔다가,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년 해 오기는 했지만 별 의미를 느끼지 못해 올해는 하지 말까 싶었었는데,
생각해 보니 매년 보냈던 편지는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3을 맡아 여느때보다 부담이 되는 때,
그냥 솔직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드러내는 일부터 시작하면
서로 오해도 적고 기대 수준도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진 것. 

아래는 
편지를 쓰다가, 너무 과격한가 싶어서 삭제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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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고3 학생들을 처음으로 맡게 되었지만 이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꿈과 목표를 찾는 일을 도와주는 일은 잘 할 수 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했었기 때문에 꿈과 목표를 찾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이것을 찾기 위해 학생을 상담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일을 열심히 할 것입니다. 
또 저는 학생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격려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담임으로서 저는 학생들을 질책하기보다는 장점을 찾아 격려하는 일에 더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질책과 꾸중보다는 칭찬과 격려가 사람을 움직이는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마음 깊이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지 안내해 주는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저 스스로가 외부의 힘을 빌지 않고 스스로의 계획과 실천에 따라 수험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노력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최근 바뀌고 있는 입시 제도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들에 대해서도 제가 3학년 담임 교사로서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들을 최선을 다해 안내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능 성적이 5등급인 학생을 2등급이 되도록 만들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또, 자신의 실력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눈치 작전을 잘 쓰는 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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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낼 완성 버전은 여기




다시 읽어보니, 
너무 많은 약속을 한 것 같아 걱정이네. 
동그라미 1, 2, 3번은 내일 아예 삭제할지도 모르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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