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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20 방학 계획
  2. 2013.06.19 임신 16주
  3. 2013.04.25 임신은 우울해 1
  4. 2013.03.12 원형적 상상
  5. 2013.03.06 일기 0306
  6. 2013.03.05 일기 0305
  7. 2013.02.20 로봇이 되고 싶다
  8. 2013.01.08 또 고3을 맡으며
  9. 2013.01.03 틈새의 빛
  10. 2012.12.20 20121220 - 앞으로 만날 분노에 대하여

방학 계획

카테고리 없음 2013. 6. 20. 16:36


이게 얼마 만의 '순'방학인가.

나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 얼떨떨.

아침에 일어나서 무얼 해야 하나?

일주일 쉬는 건 아무것도 안 하며도 지낼 수 있었는데 한달이라면?

방학 시간표가 필요할 지경이다.


일단 후보에 있는 것들


* 운동

- 문화센터 임산부 발레

- 문화센터 임산부 요가

- 신촌어드메에 있다는 임산부 요가

- 숭실대입구에 한번 갔었던 임산부 요가

중에 골라서.


女功

- '달작업실'에서 예비맘 바느질 수강

- 역시 문화센터에서 바느질 수강

- 예비맘 뜨개질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혼자서는 아무래도 진행이 안돼서, 배우러 다니고 싶다.


* 공부

- 그동안 수업했던 것들 정리해놓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복직하게 되면 아쉬울 것 같다. 해놓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듯)

- 연애하기 전에 하던 히라가나 읽기 공부

- 밀린 소설 읽기

- 밀린 시집 읽기

- 태교 공부, 육아 공부

(역시 아직도 너는 가장 나중 순위구나 머루야, 그렇지만 너를 낳은 후에는 아닐테니 지금은 이럴수밖에 없어)


* 여행

- 부산

- 베트남



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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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6주

카테고리 없음 2013. 6. 19. 21:49




임신, 길다 - 고 누가 그러더니, 정말 그렇다.


아침저녁으로 기분이 오락가락하며 

뱃속에 생긴 게 도무지 싫다가 또 엄마가 될 생각에 설레다가 변덕이 죽 끓던 때가 있었고,

온갖 냄새와의 전쟁, 끝이 없는 메슥거림, 지옥 같은 나날, 무거운 몸, 그걸 이끌고 하는 수업,

이런 때가 있었고,


말 그대로 몸도 마음도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이 있다.

초반에 한참 열심히 찾아보던 출산 동영상, 출산 수기, 그런 것들을, 

어떻게 보면 출산에 한발 더 가까워진 지금은 찾아 보지 않는다. 

아직은 안 궁금하다.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루하루 어떻게 먹어야 더 나을지가 더 궁금하고,

무슨 운동을 어디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되고,

아무 소리도 아무 느낌도 전달해주지 않는 아기의 안부가 더 궁금하다.

그리고 하루하루 재밌는 걸 뭘 더할지 궁리하느라 바쁘다.

이제는 임신을 부정하는 생각은 사라졌다.


그리고 또 다른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앞으로 2-3년, 나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겠지.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도 이미 많이 변했지만, 할만 했던 것처럼,

이것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변화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은

학교를 오래 떠나있다가 돌아오는 것, 그 발걸음은 무척 ... 무거울 것 같다.

직장이라는 점에서, '학교'라는 점에서, 오랜만이라는 점에서, 등등.

그래도 다행인 것이, 요즘은 학교 생활도 할 만하다. 

어떤 수업은 아이들이 반 이상 잘 때도 있고 어떤 수업은 너무 즐겁게 잘 될 때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력을 할 점을 더 찾기는 해야겠지만,

어려웠던 수업을 마음에 두기보다 즐거웠던 수업을 원동력 삼아 또 그냥 그렇게 해 나간다.

아이들이 미울 때도 많지만 예쁠 때가 더 많다.

나의 고쳐지지 않는 단점들을 매 시간 발견하게 되지만

또 나의 강점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또 수업이라는 것도 잘 안다.

반 학생들과 한참 동안 즐겁기만 하다가 요즘은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금 나에게는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귀찮은 일들이 학교에는 많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귀찮아도 해나가고 있다 - 이를테면 동아리가 그렇다.


내년, 혹은 후년에 학교에 돌아오면 

학교는 더 나빠져 있고 나도 많이 달라져있겠지만

내가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했었다는 것은 기억해야 할 것 같다.





AND


몸이 힘드니 우울한 나날들이다.


하루가 시작되면 어서 하루가 끝나기만을 바란다.

한 주가 시작되면 어서 이 한 주가 끝나기만을 바란다.

(그렇다고 주말이 그렇게 즐거운 것도 아니다.)

이 임신도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임신의 끝 이후도 두렵다.

육아의 나날들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싫다, 싫다는 마음뿐이다.


몸을 좀 움직여야 나아질텐데 여기저기가 아파서 움직이기도 쉽지가 않다.

바깥을 보면 봄인데 

봄이 오면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는데

다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임신의 끝에 뭐가 있을지가 너무나 두렵다.

두렵고 불안하니 지금을 견디기가 힘든 것 같다.






AND



"꿈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꿈의 비논리적 형상 속에 놀라운 상징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의 무의식을 원형적으로 반영하며, 때로는 세상에 얽힌 비밀을 암시하고 기약한다. 요컨대 그 형상은 갖가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불필요한 요소는 다 생략하고 의미 있는 요소들만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이 꿈의 세계라 할 수 있다.

문학이 펼쳐 보이는 사상의 세계가 바로 이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허구가 짙게 깃든 상상은 얼핏 엉뚱하고 허망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상상 속에 원형적이고 보편적인 갖가지 의미 요소가 깃들어 있다. 그것과 온전한 접속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문학은 찬란한 빛을 발휘하게 된다."

(중략)

"원형적 서사가 펼쳐 내는 문학적 상상이란 이와 같은 것이다. 얼핏 허튼 과장과 엉뚱한 비약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인생의 진실이 깃들어 있다. 눈앞에 번연히 보이는 사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과학적 지식이나 합리적 사고로써 도출하는 진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깊고도 내밀한 진실이다. 보통의 눈으로 보면 그 진실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장자의 막내딸처럼 이면을 통찰하는 눈으로 보면, 호랑이 눈썹을 대고서 보면 그 진실은 경이와 감동으로 다가와 우리 삶을 찬란하게 일깨우게 될 것이다."

-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1, 22-23쪽, 29쪽


원형적 상상이라는 말이 이런 거였는지 몰랐다.

원형적 상상이 고전문학의 상상력에 있어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좋은 설명을 해준 이 책에게 감사.


AND

일기 0306

카테고리 없음 2013. 3. 6. 20:28


개학한 지 두번째 날 일기


어제 상담했던 걱정되는 학생 K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상담일지를 꼭 기록해놓기로 했다.

(이건 온전히 나를 위한 결정)


오늘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은

점심시간에 회의하고 나서 계속 생각나는, 다음 내용.

'3년째 같은 업무를 하다보니 분명 익숙하기는 한데 혼자서 신나있고 잘난척하는 것 같은 느낌'

업무로 신명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3년째 고립된 업무를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보니, 부정적 생각들이 생겨난 것 같다.

나만 잘 아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고,

여기서 인정받는 것이 즐겁다고 느끼는 등.

근데 이게 볼썽사나울 거라는 것도 다 느껴지고.


1. 수업

어제 진도를 나갔던 반에서 진도를 나가기 위해 어제 밤까지 공부하고, 조금 넘치게 준비했더니 수업이 훨씬 수월하다.

올해 새로 나가는 문학 교과서는 아무래도 학습지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해볼까 하고 의논해보았는데 학습지는 혼자 만들어야 할 것으로 전망됨.

꾸준히 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학기 초만 지나가면 단군신화부터는 잘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함.

어제 수업을 준비하다가 뒤늦게 출판사에서 준 CD를 열어 보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고 쓸데 없는 것도 있다.

내가 제안하여 운문은 꼭 낭송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낭송이 모두 빠짐없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정성은 갸륵하나

들어보니 절대로 틀어줄 일 없을 것 같은 낭송이다.

문장.or.kr에서 연재되는 시 낭송이 좋아서 해달라고 했던 건데 이따위로 해놓다니 정말 실망.

그 외에는 평가문항이 실려있는데 평가문항까지 교사들이 여기에 의지하는지? 

예전에 대학에서 공부할 때 국정 교과서 폐지에 따라 출판 자본이 학습 내용을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을 교수님이 하셨었는데 실제로 그 현장을 목도하는 듯.


판서를 잘 하는 것은 수업의 기본일 텐데, 아직도 조금 자신이 없다.

EBS 강사들이 하는 것 중 부러운 것 하나는 구조화된 판서.

나는 PPT가 싫어서, 어지간하면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구조화된 판서를 못한다면 PPT가 낫다고 생각할런지, 잘모르겠다.


어찌됐든 문제집이 아니라 교과서를 나가기로 했으니 아직은 흥이 난다.

준비를 잘 해야지.


송인(정지상) 수업


물이 상징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기

시를 읽으며 시 속에서 자연물 찾아 동그라미 해보기

시를 읽고 떠오른 풍경

한줄 씩 내용 살펴보기 (기승전결)

시어들의 관계

운율(압운)

표현

다른 번역과 비교하기

이수복 '봄비'와 비교


송인은 정말 아름다운 시인데, 그걸 제대로 전달했을까.



2. 담임

다섯 명 상담.

아침에 한명, 저녁에 네명.

모두 성적 걱정이 앞서는 친구들.

이 친구들을 어떻게 대학을 보낼지, 

고민하면서 우왕좌왕하다가 졸업 후에도 찝찝한 채로 남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방법이 없는 걸 어쩌나, 싶다가도 정말 없나? 싶어서 다시 보게 되고.

그런데 대학 보낼 방법을 찾는다고 한들 이게 정말 방법인가? 싶기도 하고.


오늘 학급회 조직함.

회장 부회장 선거에서 후보 추천이 한명밖에 되지 않아 한 십여분 당황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설득도 해보고, 제비뽑기로 협박도 해보고, (제비뽑기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 맥락에서는 협박이나 다름없었겠지) 

그러다가 결국 여러번 회장 했던 친구의 추천이 나와서 안도하고 회장 부회장 결정.

'다행이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회장 부회장 선거 결과에 대한 말로 읽힐까봐 걱정.

말하자마자 '제비뽑기 안해서 다행이라고요'라고 하긴 했는데 괜찮겠지?

담임 첫 해 반장선거에서 실수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오늘도 마음이 조심스럽네.


청소조를 정하고, 청소하는 방법을 내 나름대로 설득해보았다.

뒤로 밀기, 뒤로 쓸기, 한번에 모아 버리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같이 마무리하기.

작년에 청소지도를 게을리 해보고 나니 절대로 거르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끝까지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담이 끝나면 배고픈 채로 저녁 시간을 넘겨서,

어제부터 계속 저질 저녁을 먹고 있는데,

이것도 이번주까지만 하고 다음주부터는 빨리 끝내야지.

도시락을 싸와 볼까.


삼일째 쓰레기를 바로 정리하고 퇴근하고 있는데 이것도 끝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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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0305

카테고리 없음 2013. 3. 5. 20:19


계속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시작해보는 2013년 업무 일기.


1. 수업

첫 시간.

(1) 이성부의 '벼'의 1연을 읽으며 고3 생활에 대한 이야기

(2) 오정희의 '소음공해'를 함께 읽으며 교실에서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

+ 나에 대한 이야기 몇 가지 공개

(3) 꼬마 출석부 만들기로 짝꿍과 자기 소개, 앞 뒤 친구와 공유.


두 반은 위와 같이 하고,

한 반은 (3)번 생략하고 진도 들어감. 서로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국어 수업은 첫 시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불안하다.

나도, 너희들도, 이 시간에 '괜찮을 것이다'라는 안심.

어떤 말이든 해도 '괜찮을 것이다'라는 믿음.

첫 시간에 생겨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곳이 아닌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떼기.


2. 담임

면담 기간.

다섯 사람 면담함.

둘은 알아서 잘 해나갈 것 같고, 셋은 조금 걱정스럽다.

짝꿍끼리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있어서, 아침에 서로 인사하게. 화장실 한 번 손잠고 다녀오라고 조회에 이야기했는데, 저녁에는 아침보다 분위기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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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딱딱 장착하고

지울 기억이 있으면 그때그때 지워주고

휴지통에 넣었다가 필요하면 복원도 하고

쉬어야겠다고 판단하면 잠이 바로 들었다가 필요한 시간에 일어나고


내가 내 맘대로 안 돼서

속이 아주 복잡한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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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하다보니 3년째 고3을 맡게 된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담임도 맡게 될 테니 다가올 새학기의 운명도 빤하다.


작년, 재작년을 무척 고통스러웠던 것에 비해

지금 이렇게 또 고3을 맡게 된 것이 그리 괴롭지는 않다.

겪었던 일이니 또 겪어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또, 문제집 수업이 괴로웠는데 다행히 한 학기 동안은 교과서 수업을 하기로 했고

또 어렵게 생각하던 동료 문제도 조금은 완화될 것 같으니

올해는 좀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3년째 고3담임을 하다보니

자꾸만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반복해서 마음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뭔가 '대박'을 내는 입시 성과를 내서 짜잔,하고 남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학생들한테 '이렇게 하면 대학 잘 간다'고 비법을 알려주면 애들이 뻑가겠지,하는 생각도 든다.


정신차려야겠다.

지난 2년간 배운 건

"수능은 1, 2등급 학생들에게 높은 성적을 주기 위해 나머지 학생들이 들러리되는 제도"라는 건데,

이런 현실에서 성공이니 대박이니 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 뭘 이야기해야할까.

첫해에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그냥 같이 달리자'고 생각했다.

둘째 해에는 입시를 보는 눈이 생긴 반면 힘이 많이 빠져서 나 자신도 조금 우왕좌왕했다.


김 빠지게 만드는 선생님보다는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무엇을 이야기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AND



1


당신과


안을 때


벌어졌던 틈들이

맞물려


뜨겁다

빛난다

번쩍인다



2


당신과

달라붙을 때


나와 당신을 

갈라놓는

경계면

접촉면

삼투압



3


뜨겁다

흐른다
 난다


번쩍이는 틈






AND


어제는 '그 사람' 때문에 달라질 나의 미래에 대해서만 암담해 하다가,

오늘은 '그 사람을 찍은 사람'을 만났을 때 느낄 분노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내 삶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마 내 학생의 학부모 중에도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있을 것이다.

아마 내 친구들 중에도 30퍼센트 가까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내 동료들 중에도 꽤 많은 수가 있을 것이다.


빨갱이에 대한 분노,

안전에 대한 욕구,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먹고 살기 좋은 세상이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

또 뭐였을까,

뭐였을까.


앞으로 그들을 만날 때 나는 아마 울컥할 것 같다.

발끈할 것 같다.


이 울컥하는 감정은 아마도 

나를 설명하기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 때문인 것 같다.

저들 앞에서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학생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얼마나 소용없는 일이고 아득한 일인가에 대한.

동의는커녕, 나의 생각을 인정받고, 이해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슬프고, 억울하고, 화나고, 그래서 눈물나지만,

그러므로 이 슬픔과 분노는 온전히 나의 것이지 그의 것이 아니다.

나의 살아온 삶에서 입은 상처들 때문이지 그들 때문이 아니다.

이 점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울컥하지 말고 물어보기로 한다.

발끈하지 말고 여기 계셨구나, 하고 반색해보기로 한다.


"왜 그랬어요?"라고 하지 않고

"궁금했어요, 저는 그동안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라고 말하기로 한다.

"궁금했어요, 가장 바랬던 것이 뭐였는지"라고 물어보기로 한다.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저는 이랬었는데."라고 말해보기로 한다.


아마 잘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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