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이후 내가 영화에 품는 기대와 희망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 는 김혜리 기자의 말에 끌려 이 영화를 보러 갔다. 

삼십년 전의 첫사랑을 만난 사십 대 두 남녀의 뒷 모습이 녹음 속에서 사라져갈 때,
그리고 아버지가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동안 첫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의 모습이 교차될 때,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소녀의 손 위에 할머니가 남긴 종이 나비가 팔랑일 때, 
숨을 참는 연습을 모질게 한 끝에 수영장에 빠져보고 돌아온 소년의 의기양양한 눈이 반짝일 때,
그 때,
인생이 남루하면서도 아름답다는 것 -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취해서 삶을 견뎌나간다는 것,
사는 일이 단순해서 사람들은 더 복잡하게 산다는 것 -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망각 속에 서로를 괴롭히며 산다는 것,
이런 것들을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았다. 


"영화는 사람의 수명을 세 배나 연장시킨대."라는 영화 속의 말이 이래서 가능했나보다. 




"앞에서만 볼 수 있지 뒤에 있으면 못 보잖아요,
그러니 진실의 반만 보는거죠."

"이건 내 뒷모습이잖아, 이걸 왜 찍었니?"
"못 보니까."

“할머니 죄송해요. 
할머니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가하는 말은 죄다 할머닌 아시니까 안했어요.
할머닌 가셨는데 하지만 어디로 가셨죠? 아마 우리가 아는 곳일 거에요.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럼 날마다 재밌을 거예요. 할머니 계신 곳도 찾겠죠.
그러면 모두에게 말해서 함께 할머니께 가도 되나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특히 이름이 없는 아기를 보면.
할머니가 늘 늙었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저도 늙어간다고 말하고 싶어요.”
AND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12월의 추천 영화는 서로 다른 인종과 서로 다른 국적, 혹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관계 맺음에 관한 영화입니다.


언제든지 여성사전시관의 영상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해 주십시오. 이외에도 관련해서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생각나시면 추천해 주십시오. 여성사 전시관은 여러분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http://eherstory.mogef.go.kr/commuity/community_03.jsp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범죄, 드라마 | 미국 | 116 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월트 코왈스키), 크리스토퍼 칼리(자노비치 신부), 비 방(타오 방 로어), 애니 허(수 로어)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 살고 있는 은퇴한 자동차 정비공 월트 코왈스키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다. 고집불통인 그는 타인과 교류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는 완고한 인종차별주의자이기도 하다. 옆집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 이민자들을 몹시도 싫어한다. 옆집의 타오는 갱단의 협박에 못이겨 월트가 애지중지하는 1972년산 자동차 그랜토리노를 훔치려다 월트에게 발각되자 도망친다. 갱단이 타오를 강제로 데리고 가려는 과정에서 월트의 집 마당을 침범하자 그 과정을 지켜보던 월트가 총을 겨눠 갱단을 쫒아낸다. 타오의 누나 수가 흑인 불량배들에게 곤경을 당하고 있을 때 월트가 구해주면서 월트는 자신이 싫어하던 옆집의 아시아인들과 교류하고 점점 소통하게 되며 진실한 관계를 맺어간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462



댄서의 순정


Dancing Princess, 2005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10 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박영훈


출연 : 문근영(연변 소녀, 장채린), 박건형(나영새)



연변 소녀 채린은 조선자치주 댄스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언니 채민으로 가장하고 한국으로 온다. 영새는 석달 후에 있을 선수권 대회에서 재기를 노리지만 자신의 파트너로 데리고 온 채린이 채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채린을 입국시킨 브로커는 채린을 술집에 팔아버리고 채린은 혹독한 나날들 속에서 다시 춤출 날을 꿈꾼다. 영새는 참견하지 않겠다고 굳건히 다짐했지만 결국 채린을 다시 데려오고 채린에게 춤을 가르친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9378


미남이시네요


Je Vous Trouve Tres Beau, You Are So Beautiful, 2005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 프랑스 | 98 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이사벨 메르고


출연 : 미셀 블랑(에메), 메디아 마리네스쿠(엘레나)



프랑스에서 농장을 일구는 에메는 오로지 관심이라고는 농장일 밖에 없는 괴팍한 남자이다. 어느 날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를 잃은 에메는 집안일과 농장일 모두에 치여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로 결심한다. 결혼상담소를 찾아간 에매는 루마니아로 원정을 가게 되고 엘레나를 만나 프랑스로 함께 돌아온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8210


반두비


Bandhobi, 2009


드라마 | 한국 | 107 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신동일


출연 : 마붑 알엄 펄럽(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청년, 카림), 백진희(여고생, 민서), 이일화(은주)



당찬 여고생 민서는 영어 과외를 하고 싶지만 과외비가 없다. 버스에서 지갑을 주운 민서는 모르는 척하고 지갑을 들고 버스에서 내린다. 지갑의 주인 카림은 민서를 쫓아오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한다. 민서는 경찰을 부르지 않는 대신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고 카림은 자신의 밀린 임금을 받아 달라고 한다.


http://blog.naver.com/bandhobi


세리와 하르


Seri & Harr, 2008


한국 | 91 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장수영


출연 : 장미지(세리), 최세나(하르)



세리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고, 하르의 필리핀 부모님은 불법 체류자이다. 세리는 박세리 같은 골프 선수가 되고 싶지만 궁핍한 자신의 삶이 불만스럽고 하르는 언제 불법체류 단속에 적발되어 추방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정착’과 ‘정체성’을 언제나 고민하는 두 소녀의 상처와 우정을 그려내는 이 영화는 실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인 장미지와 최세나가 출연했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0511


헤쳐 걷기


애니메이션 | 한국 | 6분


감독 : 봉봉



스리랑카에서 온 디누까와 몽골에서 온 나라의 한국 문화 적응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 이주여성의 삶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2008 여성사전시관 단기 기획전 참여 작품)


우리학교


Our School, 2006


다큐멘터리 | 한국 | 131 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김명준


출연 : 혹가이도(홋카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 학생, 교직원, 학부모



해방 직후, 재일조선인 1세들이 자녀들이 조국으로 돌아가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세운 조선학교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3년 5개월 동안 혹가이도(홋카이도) 조선학교를 촬영하였다. 우리학교라고도 불리는 조선학교는 일본에서 정식교육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조선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조선학교를 선택한 재일조선인 학부모와 아이들이 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본인일 수 없는 재일조선인들의 민족 교육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우리학교는 운영된다. 그 학교 안에서 순수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과 우정, 성장을 볼 수 있다.


http://blog.naver.com/ourschool06


원스


Once, 2006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아일랜드 | 86 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존 카니


출연 : 글렌 핸사드(남자), 마케타 잉글로바(여자)



남자는 아버지와 함께 청소기 수리 가게를 하고 있다. 그는 가끔씩 길에서 낮에는 남의 히트곡을 부르고 밤에는 자신이 작곡한 곡을 부른다. 여자는 체코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자녀들과 함께 아일랜드로 온 이주여성이다. 그녀는 길에서 꽃을 팔거나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남자와 여자는 길에서 만났고, 음악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해 나간다. 여자는 남자에게 음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보일 수 있었고 남자는 여자의 격려로 자신의 음악으로 데뷔하기 위해 런던에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음악을 매개로 한 관계 속에서 치유와 위로를 느낄 수 있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5998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들의 2007년 작 “이주여성이 만드는 여성영화 제작 워크숍” 과 2008년 작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횡성의 여성, 카메라를 들다”, 인천의 이주 여성들의 2009년 작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부부 카메라 일기”가 있다.


한국으로 이주해 온 여성들이 영상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자신들을 표현했다.


http://www.wffis.or.kr/wffis_12th/02_archive/pro_view.php?sang_no=133&round=11


로나의 침묵


Le Silence De Lorna, The Silence Of Lorna, 2008


드라마 | 벨기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 104 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 아르타 도브로시(로나), 제레미 레니에(클로디), 파브리지오 롱기온(파블로)



알바니아 출신 여성 로나는 벨기에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마약중독자 클로디와 위장결혼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애인 스콜과 함께 식당을 여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클로디와 이혼한 후 벨기에 국적이 필요한 러시아인과 다시 위장 결혼을 한 후 그 대가로 돈을 받아야 한다. 클로디와 이혼하기 위해 자해도 서슴지 않는 로나지만 마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로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클로디에게 점점 연민을 느낀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9051


크래쉬


Crash, 2004


드라마, 범죄, 미스터리 | 미국, 독일 | 112 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폴 해기스


출연 : 산드라 블록(진 캐봇), 브랜든 프레이져(릭 캐봇), 맷 딜런(라이언), 탠디 뉴튼(크리스틴 테이어), 라이언 필립(핸슨)



LA 교외의 한 도로에서 한 흑인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도착한 흑인 형사는 당혹과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그 순간, 36시간 전 15명의 삶이 펼쳐진다. 시작은 두 흑인 남성에게 백인 지방 검사의 아내인 진 캐봇의 차가 강탈당하면서이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LA에 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는 15인의 삶이 서로 교차하고 충돌한다. 인종도 나이도 문화도 다른 15명은 서로를 편견으로 바라보고 상처를 주고받고 슬픔을 토해낸다. 편견과 증오로 가득 찬 사람들은 우연한 시간과 사건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목격한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9840


파이란


Failan, 白蘭, 2001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한국 | 116 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송해성


출연 : 최민식(강재), 장백지(파이란)



인천의 강재는 어느 누가 봐도 3류 양아치이다. 불법 성인테이프를 유통시키다가 구류되는 등 후배들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인생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몇 년 전 강재가 돈을 벌기 위해 위장결혼 했던 중국 여성 파이란이 죽었다는 것이다. 소개소에서 단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지만 자신이 파이란의 법적인 남편이기에 장례를 치르기 위해 파이란이 살던 곳으로 가게 된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1475

AND


'인권교육센터 들'의 '인권교육 나누기 곱하기 - 학생인권' 편.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 영화 <P짱은 내 친구>

1990년 일본의 한 실험적 수업을 영화화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생명과 음식의 의미를 함께 배우고자 교실에서 돼지를 키웠다.
6학년 말, 학생들은 논쟁을 벌였다. 
우리가 한 해 동안 함께 키운 P짱을 어떻게 할 것인가?
1 원래 목적대로 잡아 먹는다 (먹는 것도 기억하는 방식이다)
2 3학년 후배들에게 물려준다 (그나마 오래 살도록)
3 동물원이나 농장에 보내준다 (이제 P짱은 우리의 친구다)
4 식육센터로 보낸다 (우리가 키운 P짱, 우리가 먹을 수는 없지만 남의 손에 보낼 수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며 수업을 하면 학생들은 '아, 나도 교실에선 P짱이었어'라고 느낀다고. 
학생들은 무척 돼지를 위하고 있고 사랑하고 있지만 결국 돼지는 말할 수 없는 존재.
학생들을 두고 말하는 어른들의 대부분의 방식들도,
결국은 학생들을 말할 수 있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것. 


- 프랑스 학교도 20세기 중반에는 우리와 유사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유로운 교실. 
그 사이에 있었던 것은? 68혁명.

그들의 68혁명 구호
학교 생활은 수감생활과 다름없다.
교육에서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조직을 결성, 가입하고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 없이 학교나 교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동의서는 학생 의사가 아니므로 정당하지 않다.
자의적인 검열은 폐지되어야 한다.
사적인 편지를 교사가 읽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존엄성을 모욕하는 체벌은 없어져야 한다.
양심에 반하는 종교교육이나 예배는 거부되어야 한다.
금지된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 


AND


'놈에게 복수하는 법'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영화를 만드신 최미경 감독님을 만나는 날.

학교서 늦게 끝나서, 너무 늦게 도착했어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영화를 보는 귀중한 기회는 놓쳤습니다.

그렇지만 발랄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감독님의 말씀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발언들을 좀 적어볼게요.


"함께 일하는 영화계 사람 중 하나가 코미디언 김지선을 두고 이런 말을 하더라.

'어휴, 애를 저렇게 많이 낳다니 김지선은 좀 밝히나봐' 

내가 기가 막혀서 그게 무슨 말이냐, 이건 언어적 성희롱이나 다름없다고 했더니

내가 처녀라서 그런다고 손가락질 하더라."


"내가 당했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여자 친구들에게 큰 맘 먹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 걔 그럴 애가 아닌데'라고 하거나 그냥 듣고만 있더라.

나는 속으로 '나는 그럼 그럴 년인가?' 싶었다. 

같이 화내고 같이 싸우려 하지 않고 그냥 듣고만 있었던 친구들도 너무 서운했다."


"용서의 기준은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해자들은 스스로, '이만큼 했으니 됐다'고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우리는, 자신이 입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서도, 스스로 자책을 먼저 하게 된다."


"사실 우리 여자들은 너무 약하게 자라서, 따귀도 제대로 때릴 줄 모른다.

가해자를 만나도 따귀 하나 제대로 못 때리는 경우도 많다.

내 충고는, '일단 가해자 만나자 마자 때리라'는 거다.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는 도저히 때릴 수가 없게 된다." 


"나는 성폭력 피해의 치유 과정에 대해, '치유'라는 말보다는 '성찰'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치유는 왠지 약한 느낌이라 싫다. 

무척 오래걸리는 과정이고, 물론 상처가 있고 그것이 아무는 과정이 일어나지만,

그런 시간도 다 나를 위한 경험이고, 시간이고, 나를 찾는 싸움의 과정이다.

성폭력 피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찰하고, 성숙하고, 더 강해졌다."


무척 발랄하면서도 멋지고 씩씩한 기운이 전해지시나요?


아래 링크는 감독님 영화를 소개하고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클릭해서 읽어보셔요~!! 


http://www2.mhj21.com/sub_read.html?uid=28032&section=section2


AND

'외박'

카테고리 없음 2010. 10. 11. 01:59





비정규직은 어째서 사라져야 하는가
노동자는 어떻게 '노동자'가 되는가
여성노동자는 어떻게 이중 삼중으로 착취되는가
등을 매우 명료한 영화적 화법으로 말하는 수작 다큐멘터리.

그리고
훌륭한 연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무겁게 던지는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AND

Gabriel's Oboe

카테고리 없음 2010. 10. 10. 00:56






남자의 자격 이후로 '넬라 판타지아'가 뜨고 있지만
사라 브라이트만의 잘 다듬어진, 어딘지 럭셔리한 넬라 판타지아보다는
떠듬떠듬, 그런데도 어딘지 도도하게, 그러면서도 어루만지는 듯한
Gabriel's Oboe가 아무래도 더 훌륭한 것 같다. 

내 기억 속에선 저 장면에서부터 가브리엘이 죽 전곡을 불렀던 거였는데, 
다시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네. 
그래도 아름다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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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자고 아주 대놓고 작정한 영화.
지금 보니 사실 좀 민망할 지경이기도 했다.

DVD를 사다 쟁여놓는 것으로도, 자꾸만 영화를 보는 것으로도, 포스터를 집에 붙여놓는 것으로도,
어느 것으로도 영화를 온전히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그러므로
영화를 쓰는 것 외에 영화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김혜리가 어느 글에선가 썼다.

따지고 보면 영화만 그런 것은 아니다.

소설, 사진, 그림.... 다 그렇다.
집에 쌓아 놓는다고 늘 그것만 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아름답다고 어쩔 것인가?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어질 테면 그대로 흘러가 버리라고 마음을 비우는 수밖에.

사람도 그렇다.
곁에 둔다고 곁에 두어지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사랑한다고 어쩔 것인가?
너도, 그리고 나도, 변하는 것이 사람이라 더 좋다고 마음을 달래는 수밖에.

눈이 멀어가고 있는데 세상을 다 담아둘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슬픈 미셸도,
그녀가 곁에 있어도 있는 것 같지 않아 애달픈 알렉스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영화를 잊고 있다가 근 20년만에 다시 보러 모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들을 했을 것 같다.
AND






그 치(!)들의 공통점

줄담배
슬쩍 찌푸린 미간
무직 but 한탕주의
시 쓰기
밥보다 커피
기꺼이 위험해짐
다리 꼬기
어이없는 유머
흐물흐물한 척추
예민한 자존심
비상한 생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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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거나
헤드스타트 운동이라는 민망한 이름으로 공짜 과외 사업을 시작할 때
베네수엘라는
마을마다 오케스트라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들도 장애인도 다 큰 청년들도 자기 악기와 자기 오케스트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고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악기가 부족하자 가짜 종이악기를 쥐어주고 오케스트라 놀이를 시작하게 했다.

그 여유와 상상력이 부럽다.

며칠 전 교사연수에서 만난 한 초등쌤 왈
요즘 인천에서 초등학생 자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10대 및 아동 성폭력 사건만 신나게 선정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에서 언론에 나가지 않게 손을 쓰고 있어서 그렇지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노무 답답한 나라에서는
교육을 바꾼다고 하면서 상상하는 것이라고는
어떻게 더 영어 발음을 네이티브처럼 잘 하게 만들까
어떻게하면 만 명을 먹여살릴 한 명을 길러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 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영수 잘하는 애들을 만드는 건
아이들의 자살을 막고 끔찍한 범죄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보다
참 쉬운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
우리 나라를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다.

나라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다들 '부모'가 아니라 '학부모'라서 그런지
영수 과외비가 많이 드는 것에 대해서는 "이 나라 교육이 문제야"라고 하면서도
자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는 "요즘 애들은 나약해"라고 하곤 하는데
이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교육 문제'에 대해서 말할 때,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만이 아닌 좀 더 넓은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국영수를 평등하게 가르쳐서, 돈 없는 애들도 대학 잘 가게 만들면, 세상에 좀 기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점점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좀,
대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교육 철학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고
그 가치관에 따라 투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부모'가 아닌 '학부모'들이 투표를 해서인지
아마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사교육비를 줄여주겠다는
전혀 현실불가능한 정책들만 쏟아져 나올것이다.
(사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사교육비 절감은 무슨 짓을 해도 불가능한 얘기 아닌가)
AND



생각은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다

홍세화는 <생각의 좌표>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보고 듣는 것을 모두 받아들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동물이라면야 합리적인 동물이라 하겠지만 정작 실상은 그렇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을 공고하게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 그렇기에 "생각은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라는, 코브씨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는 이 말은 일리가 있다. 생각은 무게도 없고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유,무형의 것들 중에서 가장 영구적이라고 할 만하다.


생각의 씨앗을 심다

눈에 보이는 병균이 아닌, '생각'을 뜯어 고치고 새로운 생각의 씨앗을 심는 일, '인셉션'을 하기 위해 코브씨 일행은 '환자'의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기로 한다. '생각'을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그의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겪은 경험을 조작할 필요가 있는 것. 감독은 경험으로 인해 각인된 기억이 인간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그것이 사람의 생각을 조종한다,는 일련의 과정을 강하게 신봉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을 훔쳐내기 위해서는 꿈만 꾸면 되지만 인셉션을 위해서는 꿈 속의 꿈 속의 꿈,을 설계할 정도로 생각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 또한 꿈 속의 꿈에서 이미 인셉션 하려는 자들을 공격하는 자들이 도사리고 있을 정도로,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러니, 저 심연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일이란, 사실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인가 보다.


문제해결방법으로서의 죄책감

흥미로웠던 것은 인셉션을 하러 가기로 한 코브씨가 남의 무의식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만나는 것은 자신의 무의식에 새겨진 죄책감이더라는 부분. 상담 이론에서도, 상담을 배우는 것은 자신의 상처들부터 먼저 직면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나를 상담하는 선생님이 종종, 나를 만나며 자신의 상처를 또 만나는 걸 지켜보게 된다. 
아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던 코브씨. 그가 아내와의 일을 어려움 끝에 결국은 스스로 해결해내는 부분을 보면서, 죄책감도 아직은 어린 자아의 어른스럽지 못한 자기연민의 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브씨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자기를 학대하며 살아가는 방식은, 물론 불행하고 괴로운 일이지만 경험한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는, 어떻게보면 간단하고 쉬운 방식이다.  어려운 것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 : 경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그리고 그로 인한 나의 상처와 직면하기,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한 선을 긋기, 결별해야 할 것을 구별해 내기, 그리고, 결별해야 할 것과 정말로 결별하기. 이것이 더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놀란 감독의 다른 작품 <메멘토>에서의 남편은 실제로 자신이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해놓고는 남이 아내를 죽였다며 살인자를 찾으러 다녔다. 코브씨는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생각의 씨앗을 심어놓았던 일 때문에 아내가 자살을 선택했다며 아내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다크나이트에서 우리 마음 속의 시커먼 악의 세계를 보았던 감독이, 점점, 마음의 심연으로 깊이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왠지, 다음 영화는 더 어둡고 쓸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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