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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4. 5. 30. 15:17


아직은 오개월차 초보엄마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이제서 다시 보이는 우리 엄마 아빠에 대한 생각.


남들은 엄마가 되고 나면 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데

나는 그거보다는 엄마를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것 같다.


시집와서 다른 엄마를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그렇게 되었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 또 다른 엄마의 눈으로 보니 더 그렇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해서 서운한 게 더 많아진다.

나는 왠지 엄마한테 해주기만 하고 받는 건 없는 손해보는 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은 젊은 엄마에 대한 연민.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막막하고.

내가 알기로 엄마는 친정엄마나 여타의 다른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

나를 가지기 전에 있었던 다른 아기의 일로 마음의 상처도 있었다.

아빠와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렸다.

자기 일도 없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엄마와 외출했던 일들, 엄마와 엄마친구네 놀러갔던 일들, 그런게 생각날 때면

요즘 내가 어렵게 짐을 꾸려 아기를 안고 큰 마음을 먹고 외출하듯 

그렇게 외출했을 엄마의 마음이 생각난다.

나는 요즘 꼭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그러지도 못했을 거고 

- 엄마와동생과 셋이 버스 한자리에 앉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우뚱기우뚱거리는 버스를 타고 매연을 맡으면서, 

그렇게 먼 길을 가서 또 다른 애기를 낳은 친구를 만나고 오고,

그렇게 그때 그 또래의 여자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위로를 받는 그런 풍경.


가족 안에서 아빠가 했던 일들도 이제서야 보인다.

아빠는 늘 외식을 하자고 했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고, 놀러 가자고 했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내 공부 방해한다고 하거나 돈을 낭비한다고 질색을 하며 싫어했고,

엄마편이었던 나는 그런 아빠의 제안이 좋은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엄마를 따라 아빠를 싫어했다.

이제야 보이는 그런 아빠의 마음 - 아빠는 가족을, 가족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아빠보다 먼저 결혼해서 아빠보다 훨씬 번듯한 직업과 집을 가지고 중산층처럼 살아가는,

그런 아빠의 친구들과 그들이 꾸리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도 그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빠는 돈을 못 번다는 이유로 그런 제안을 늘 묵살당하면서 살아왔고

엄마나 나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늘 찬밥 대접을 받으며 살다가 

그렇게 혼자서 외롭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아빠가 죽고 나서 엄마가 

'아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 좋은 아빠가 되려고 했었어.' 라고 했을때

아직도 아빠에 대한 미움만 남아있던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새롭게 아빠가 된 남편 옆에서 살아가면서

이제야 아빠의 마음이 가슴 아프게 가슴 저리게 읽혀진다.


사람이 사는 건 매 순간순간 자기의 역사를 써내려 가는 거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그 생각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낫게 살려고 다잡으면서 살고 있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의 역사도 부부가 그렇게 공들여 써내려가야 한다.

엄마도 아빠도 그걸 제 나름대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서로가 맞지 않았다.

엄마는 너무 어리고 외롭고 힘들었고, 

아빠는 너무 무능했고, 그리고 똑같이 외롭고 힘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슬프게 가족의 한 역사가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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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서울에 왔다. 

엄마가 서울에 온 일요일이면 교회에 따라간다. 
엄마는 교회에서 주는 국수로 점심을 먹고 
늦은 아침을 먹은 나는 엄마 옆에서 숟가락만 들고 엄마가 먹는 국수 그릇에 국물만 호르륵 호르륵 떠 먹는다. 

그렇게 옆에 앉아 있다가 엄마 얼굴을 들여다 보니 엄마 화장이 곱다.

"엄마, 얼굴에 뭐 발랐어?"
"*** 로션하고 *** 크림하고."
"그리구 또?"
"화장하는 거 발랐지, 지난 번에 홈쇼핑에서 산 거."
"좋은 거 같은데?"
"이거 좋아. 선크림도 한꺼번에 되는거야."
"나도 이제 화장 좀 해볼까?"
"왜"
"아니 나도 이제 나이가 ***인데 이렇게 계속 맨 얼굴로 다니면 사람들이 흉보지 않을까?"
"글쎄"
"엄마도 화장 한참 안 했지"
"그렇지"
"한 십 년은 안 한 거 같은데? 맨날 그냥 어쩌다 립스틱만 바르구"
"그치"
"근데 요즘은 왜 곱게 하고 와?"
"오늘도 안 하고 그냥 오려다가, 딸래미 시집 보내려면 이러면 안 되지 싶어서"
"뭐어?! 아이구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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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1.
엄마는 미팅을 해서 잘 생기고 멋있는 남자 A를 만났다. 그런데 정작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은 별로 잘 생기지 않은 촌스런 쪽 B이었다. 어느날 A에게서 연락이 오더니 놀러가자고 했다. 엄마는 들떠서 꽃단장을 하고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 그런데 정작 나타난 것은 B뿐이었다. 엄마는 왜 A는 안 오고 네가 왔냐고 버럭 화를 내고는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2.
아빠는 엄마를 소개로 만났다. 아빠는 예쁜 엄마가 좋았다. 그저 예뻐 보였던 엄마에게 "잉그릿드 버그만을 닮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코가 낮은 편이다. 나중에 아빠가 나에게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보여 주며 "저렇게 예쁜 여자가 실제로 세상에 있었단다"고 말했던 걸 보면 아빠에게 "잉그릿드 버그만"이란 지상 최고의 미녀였던 모양이다.


3.
샌님 집안에서 자란 엄마는 호탕한 성격에 술도 잘 마시는 아빠가 멋있어 보였다. 둘은 매일 같이 만나다가 두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하고 나서야 키스했다는데 정말일까)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호탕해서 멋지던 아빠가 친정의 얌전한 오빠들과 달라 순 건달 같아 보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마셔대는 아빠 때문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짐을 싸들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사나흘 쯤 지나고 나니 아빠가 그리웠다. 그래서 제발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엄마는 "나는 이 사람 없이는 못 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당시 엄마가 쓰던 가계부를 보면 군데군데 생활에 지친 엄마의 흔적이 보인다. 어느날은 이렇게 메모되어 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던 날".

비루한 삶 속에서 잠깐의 빛나는 순간들에 속으며 그렇게 사람은 살아가는 것인가보다.



우리 엄마는 귀여운 구석이 너무 많다.
앞으로 몇 가지 더 연재할 예정.
더 늦기 전에 기록해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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