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1.
엄마는 미팅을 해서 잘 생기고 멋있는 남자 A를 만났다. 그런데 정작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은 별로 잘 생기지 않은 촌스런 쪽 B이었다. 어느날 A에게서 연락이 오더니 놀러가자고 했다. 엄마는 들떠서 꽃단장을 하고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 그런데 정작 나타난 것은 B뿐이었다. 엄마는 왜 A는 안 오고 네가 왔냐고 버럭 화를 내고는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2.
아빠는 엄마를 소개로 만났다. 아빠는 예쁜 엄마가 좋았다. 그저 예뻐 보였던 엄마에게 "잉그릿드 버그만을 닮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코가 낮은 편이다. 나중에 아빠가 나에게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보여 주며 "저렇게 예쁜 여자가 실제로 세상에 있었단다"고 말했던 걸 보면 아빠에게 "잉그릿드 버그만"이란 지상 최고의 미녀였던 모양이다.


3.
샌님 집안에서 자란 엄마는 호탕한 성격에 술도 잘 마시는 아빠가 멋있어 보였다. 둘은 매일 같이 만나다가 두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하고 나서야 키스했다는데 정말일까)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호탕해서 멋지던 아빠가 친정의 얌전한 오빠들과 달라 순 건달 같아 보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마셔대는 아빠 때문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짐을 싸들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사나흘 쯤 지나고 나니 아빠가 그리웠다. 그래서 제발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엄마는 "나는 이 사람 없이는 못 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당시 엄마가 쓰던 가계부를 보면 군데군데 생활에 지친 엄마의 흔적이 보인다. 어느날은 이렇게 메모되어 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던 날".

비루한 삶 속에서 잠깐의 빛나는 순간들에 속으며 그렇게 사람은 살아가는 것인가보다.



우리 엄마는 귀여운 구석이 너무 많다.
앞으로 몇 가지 더 연재할 예정.
더 늦기 전에 기록해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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