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눈길 | 3 ARTICLE FOUND

  1. 2010.11.12 올해도 '눈길'을 가르치며
  2. 2010.11.08 수업일기 1107
  3. 2009.11.30 2년 4



올해도 '눈길' 단원을 마치고 난 뒤 아이들이 하는 말.

"이 아저씨 너무 못 됐어요!"

매년, 아저씨가 젊은 날을 얼마나 힘겹게 보냈으면 이렇게까지 할지 생각해보라고 해왔지만
올해의 나의 말.

"사람들 마음 속엔 누구나 어린 아이가 있어.
그 어린 아이를 잘 다독이며 사는 사람은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그런데 그 어린 아이를 다독이지 못하고 불쑥불쑥 내 보이는 사람은, 음, '비어른' 이랄까. 
아마 너희들이 선생님들에게 실망하는 순간도 아마 그런 순간일거야-선생님들의 마음 속의 어린 아이를 내보일때.
 
이 아저씨는 
너무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살았고 부모님의 사랑과 보호를 갈구하기만 해왔기 때문에
그 어린 아이를 잘 다독이기 힘든거야. 
그러다가 엄마가 사실은 자기를 마음 속 깊이 사랑해왔다는 걸 알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 마음 속 어린 아이가 세월을 뛰어 넘어 훌쩍, 크는 거지. 
그런 하룻밤에 대한 이야기야."



AND



'눈길' 시즌. 

긴 소설, 
줄거리를 머릿 속에 넣어주려고 한 반에서는 릴레이로 줄거리 말하기를 시도하기도 함.
서사 중심의 소설은 길어도 줄거리 다루기가 어렵지가 않은데
'눈길'과 같은 소설은 학생들이 이야기의 뼈대 잡아내기를 어려워하고,
이걸 도와주는 일도 쉽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걸 '재미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본문을 다루는 일도 만만치 않은 것이,
감정의 결이 중요한 소설이다보니 곳곳에 살펴봐야할 지점들이 많은데
너무 길어서 하나하나 다 읽다보면 학생도 나도 너무 지치고,
좀 다이나믹하게 하려고 스킵하다보면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나도 교과서를 찍어서 진행해 볼까?

쓰다보니 너무 초짜같은 고민이라 부끄럽네.

쩝. 내년엔 '문학'을 가르치게 될 테니 더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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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한의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중에서 '눈길' 부분

- 세상에는 진리도 존재하지만 진실도 존재한다. 단편소설 '눈길'에서, '나'가 어머니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했으므로 '나는 어머니에게 빚이 없다'고 하는 말은 사실이요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한편으로 어머니를 외면하는 그가 진실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진리의 논리'도 있지만 '진실의 논리'도 있는 까닭이다. 문학은 주로 이 진실의 논리를 추구한다. '눈길'은 진리를 지향하는 논리가 진실을 지향하는 논리에 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중심 사건은 '어머니의 사랑을 외면하면 안 된다' 혹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진실의 논리에 따라 주인공이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진리를 읽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 적절히 이해할 수 있다.

- 이야기는 점심 때 시작되어 밤중에 끝난다. 전면에 서술된,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서술된) 사건, 즉 '현재(적) 사건'이 일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시간 내외이다. 이 사건의 '서술된 시간'과 서술자가 그것을 '서술하는 시간'은 순서상 '함께 간다'.
'눈길'의 현재적 사건에는 그 이전의 과거 사건이 끼어들어 있다. '나'는 회상 형식으로 17, 8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사건(과거사건1)과 어젯밤의 사건(과거사건2)을 이야기하는데, 앞의 과거 사건1은 어머니의 회상 형식으로도 제시된다. 회상, 특히 일인칭 서술에서의 회상은 그 자체가 행동이요 사건이다. 따라서 이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서술은 회상된 시간 위주로 보면 과거 사건이나, 회상하는 시간 위주로 보면 현재사건이다. 그러므로 줄거리를 잡거나 핵심적 갈등을 논의할 때,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읽으면 정리가 어렵고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눈길'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한 서술의 양이 많고, 그 현재 시간 중에 중요한 상황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현재 사건을 중심으로 삼는 게 적절하다. 그러면 약 10시간 동안 일어난 현재 사건이 줄거리의 기둥이 되고, 이 작품의 중심 사건, 곧 핵심적 변화와 갈등을 내포하거나 전달하는 사건을 거기에 설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과거 사건은 이 중심 사건의 처음 상황과 끝 상황의 원인과 전개 과정에 수렴되거나 그것의 전개를 돕게 된다. 과거 사건이 줄거리에서는 현재 사건 앞에 놓이지만, 그것을 '회상하는 행위'의 의미와 결과는 현재사건의 의미와 전개를 돕는 데 초점을 두고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작품의 결말부에서 어머니는 과거 사건 1, 즉 눈길에서의 모자 이별에 대해 회상하는데, 아들은 그것을 듣고 운다. 이 '운다'는 행동이 '눈길'의 핵심적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할 때, 과거 사건 1 혹은 그것을 회상하는 어머니의 행동은, 그에 수렴되거나 그 전개를 돕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

- '눈길'은 아예 집이라는 공간소가 주인공인 듯한 소설이다. 예전에 잘살던 시절의 집, 남의 손에 넘어갔음에도 어머니가 굳이 아들로 하여금 하룻밤을 지내게 했던 그 좋은 집은, 거기 살았던 이들의 안락과 화목의 상징이다. 그 집은 이제 없고, 개량을 기다리는 단칸 오두막이 있을 뿐이다. 아들은 개량을 돕지 않으려고 그 집을 떠나 서울로 가버리려 한다. 옛집을 잊지 못하고 그것의 환유물, 곧 거기 놓였던 옷궤를 지니고 사는 어머니와 대조되면서, 아들이 떠나고자 하는 오두막은 '어머니에게 진 빚이 없다'는 그의 좁고 황폐한 마음과 유사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아내의 도움으로 '떠나서 피하지 않고' 오두막 개량을 돕게 되는 아들의 행동은, 자신의 마음의 집(가족, 안식처)을 되찾고 개량하는 행동이다. 이처럼 '눈길'에서 집은 물체이자 장소인 동시에 상징이다. 이런 예는 의외로 많은데, 그것은 집이 정착과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인간의 원형적 욕망을 상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AND

2년

카테고리 없음 2009. 11. 30. 23:47

벌써 2년이 지났다.

아까는 혼자 가만히 이렇게 명명해 보았다. - '가부장 역할을 하던 자의 죽음'.
처음에는 '아빠'라는 정겨운 명칭이 갑자기 생급스럽게 느껴져서 떠올랐던 말인데,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그에게 가부장 노릇이 얼마나 버거운 것이었을지. 그 가면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아빠' 역할과 '딸' 역할로 만난 우리는, 얼마나 이상한 연극을 하다가 헤어진 것인지.
생에서 우리가 얼떨결에 맡게 되는 갖가지 역할들, 쓰고 사는 여러가지 가면들,
우리는 상대방이 그 역할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도리질을 해대며 그를 증오하지만,
우리 역시 연극과 같은 인생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때로는 맡은 역할을 증오하고 때로는 그 가면을 보호하는 애처로운 인생군상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빠가 해내었던 여러가지 아빠노릇을 떠올리며 조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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