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카테고리 없음 2009. 11. 30. 23:47

벌써 2년이 지났다.

아까는 혼자 가만히 이렇게 명명해 보았다. - '가부장 역할을 하던 자의 죽음'.
처음에는 '아빠'라는 정겨운 명칭이 갑자기 생급스럽게 느껴져서 떠올랐던 말인데,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그에게 가부장 노릇이 얼마나 버거운 것이었을지. 그 가면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아빠' 역할과 '딸' 역할로 만난 우리는, 얼마나 이상한 연극을 하다가 헤어진 것인지.
생에서 우리가 얼떨결에 맡게 되는 갖가지 역할들, 쓰고 사는 여러가지 가면들,
우리는 상대방이 그 역할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도리질을 해대며 그를 증오하지만,
우리 역시 연극과 같은 인생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때로는 맡은 역할을 증오하고 때로는 그 가면을 보호하는 애처로운 인생군상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빠가 해내었던 여러가지 아빠노릇을 떠올리며 조금 울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