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아기를 재우려고 젖을 줄 때의 일이다.

왼발은 접혀 있었고 오른발은 뻗어 있었는데 그때 너무 오랜만에 내 발을 보았던 것이다.


분명 늘 보던 그 발인데, 그래서 아주 친숙한 모양이고 내가 아는 그 발인데,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멈칫,하고 어떤 감정이 나를 지나갔다.


이 기분이 뭐지,하고 오른발을 유심히 쳐다봤다.

발가락, 발등, 발등의 뼈, 핏줄,...

귀엽기도 하고, 이쁜 것 같기도 하고.

그제서야 그 기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분명 반가웠던 것이다.


몇 달간 아기만 쳐다보다보니, 내 몸을 그렇게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던 거다. 

이렇게 다른 대상을 오랫동안 유심히 매일, 24시간 애지중지 바라보는 건 처음이니,

내 몸이 이렇게 무관심한 채로 방치된 것도 처음일 것이다.


열심히 생각하지 않으면 이 닦고 세수하는 일도 깜빡 거르게 되는 일상.

샤워하고 머리감는 일도 남편이 오지 않으면 못 한 채로 기다리고.

모유수유 하느라 가슴이 열어놓은 채로 있기도 하고,

집에서 나갈 때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뭔가 남부끄러운 실수를 하기 쉬울 정도로 

엉망인 채로 살고 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발을 보고 반가웠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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