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지인 중 한 명, 아이 둘의 엄마를 보며
아, 이제 8학군 출신들이 학부모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한국의 교육, 입시 담론에 미치게 될 영향이랄까 변화랄까 하는 것들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입시에 성공하는 법은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학부모가 된다는 것.
서울대 입학생들 중 강남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변화겠고.
그들이 젊은 부부-한 세대-를 이루어 강남으로 입성하고자 하는 꿈을 품고 실제 그것을 이루기 위한 루트를 달리고.(이번 선거에서 '강남4구'라는 말로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난 '워너비 강남'의 욕망도 이것과 관련이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학교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도 더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내게 되지 않을까.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다.
대학원에서 교수에게 인정받으며 문학교육에 대한 괜찮은 논문을 쓰던, 스스로도 문학에 대한 좋은 감각을 가지고 있던 한 동료와의 일이다.
같은 소설을 서로 다른 반에서 가르치고 있었고 수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문학 교육에 대해 나보다 훨씬 깊이 있는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 같던 그이가 오히려 자기 수업 시간에는 시중의 자습서에서 언급한 요점만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이른바 '요점' 내용들이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좀 다른 수업을 꾸려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이에게 다른 의견을 이야기했을 때, 그이의 반응은 '그렇게 가르치고 시험 문제 내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항의한다'는 것이었다. 학원에서는 자습서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고, 다들 그것을 기준으로 시험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으니 교사들도 어느 정도 그에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젊고 똑똑한 그이가 자기 수업에 대해 그와 같은 안이하고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데 대해 당시에 적지않이 놀랐다. 그리고 오늘은, 입시 중심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이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더더 늘어나 학교는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 것인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그때의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를테면 그나마 남아있던 교육의 대의명분마저 다 사라지게 되는 날이 온다면? 교육관료들이나 연구자들도 모두 입시 중심의 담론에 묻히게 된다면?

학교를 안 가고 있으니 괜히 혼자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는 건가. 아무튼. 선거 결과와 남편의 지인을 생각하다가 괜히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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