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10대의 성과 연애 | 3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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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2.22 여성주의교사모임 워크샵 일다 기사
  3. 2010.01.23 여성주의교사모임 워크샵




연주와 주노의 그날 이후
- 섹스하는 십대들에게 필요한 어른들

두리번 


그 날 이후 
 
어느 가을날 오후, 연주(가명)는 남자친구를 집으로 불렀다. 부모님이 안 계신 가운데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해먹고, 그리고, 섹스도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관계를 가지는 도중에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 순간 이후로 연주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 연주는 아직,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본 장면이 강간이었다고 ‘믿고 싶었던’ 아버지는 그 장면을 목격하자마자 재빠르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상대 남학생의 학교로 전화를 넣어 사랑하는 자신의 딸을 강간한 남학생을 당장 처벌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 자식이 콘돔까지 가지고 있었다’며 아버지는 분노했다. 소식은 연주네 학교로도 전해졌다. 상대 남학생의 학교에서 전화를 한 것이다. 이 두 학생이 ‘사고를 쳤으니’, 우리는 우리대로 강력 처벌할 테니 당신네 학생은 당신들이 알아서 처벌하시라. 
 
연주네 학교도 난리가 났다. 그동안, 쉬쉬해 가며 남자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혹은 임신중절을 하게 되는 학생들의 사전 사후에 대한 이러저러한 조치들을 해 주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처벌을 요구받은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선생님들은 이 일에 대해 연주에게 벌을 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헷갈려했다. 당연히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과 개인적 상담으로 끝나면 될 일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징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상담으로 끝날 일이라고 미루었고 상담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이젠 더 이상 이런 일들을 상담으로 쉬쉬하고 끝내지 않겠다고, 이제는 따끔히 다스려 부적절한 행동을 근절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두 부서가 핑퐁 치듯 사건을 주고받는 동안 연주에 대한 소문은 점점 퍼져나갔다. 
 
연주는 상담 선생님 앞에서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다 털어놓을 것을 요구받았다. ‘학생이 어떻게 이런 짓을’이라고 하며 꾸짖는 상담 선생님 앞에서 연주는 ‘그래서 그동안 참아왔다’고 항변했다. 연주는 고3이었지만 연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학교에서 결정나기 전까지는 며칠간 수업도 들을 수 없었다. 
 
일은 상담 쪽으로 수습되는 듯하더니 다시 징계 쪽으로 기울었다. 연주 아버지가 ‘애가 이 지경이 되는 동안 학교는 대체 뭐 하는 거냐’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그렇게 요구한다면 강하게 지도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어, 연주의 사건을 놓고 선도위원회가 열렸다. 선도위원회에서는 다시 한번 연주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브리핑되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연주의 일을 알게 되었다. ‘다 큰 애들 둘이서 결정한 일인데 뭐가 문제냐’는 의견과 ‘그렇다고 이 일을 학교에서 내버려 두라는 말이냐’는 의견이 대립하다가 결국은 벌을 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연주는 한 달 간의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다. 고3임을 고려해서 수능 시험이 끝나고 봉사를 하라는 배려가 뒤따랐다. 


무능해서 무서운 어른들
 
서너 달만 있으면 스무 살이 되는 나이였던 연주는 단지 열아홉이고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모든 일들을 고스란히 당하고만 있어야 했다. 연주를 사랑했던 연주의 아버지는 결국 연주를 학교에서 손가락질 받는 아이로 만들었고 징계 학생으로 만들었다. 연주를 교육하려던 선생님들은 그저 어른이라는 이유로 책임감에 대해, 신중함에 대해 한 마디씩 훈계했으나 연주가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과정에서 연주를 ‘위한다는’, 혹은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벌어진 연주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연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어른들은 참, ‘무능해서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몇 년 전 한국에도 소개된 미국 영화 주노(JUNO)에는 임신한 여고생 주노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노는 무척 망설이다가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지만 부모들은 애써 여유 있게 상황에 대응한다. 주노가 없는 데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는 하지만, 주노 앞에서는 놀라지 않은 척 행동하며 아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주노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겨둔다. 주노는 아기를 낳기로 결정하고 배가 부른 몸으로 학교도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 부모는 주노가 아기를 입양시키기로 한 집으로 함께 찾아가 주고, 주노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의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주노의 임신과 출산을 케어한다. 
 
연주가 만난 어른들과 주노가 만난 어른들 중, 누가 더 책임감 있게 사건을 해결한 사람인가? 누가 더 신중하고 어른답게 행동한 사람인가? 만약 연주가 주노와 같은 부모와 학교를 만났다면 아마 연주의 그날 저녁 이후의 나날들이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주의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연주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책임감’이라든지 ‘신중함’이라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더 잘 배우게 되었을 수도 있다.
 

어른답게 인정하기
 
어떤 어른들은 ‘서양애들’과 우리는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다른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의 태도이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냐, 애써 부정하느냐의 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어린 나이에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는 이미 여러 번 보도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실을 보면서도 눈 감고 있다. 먼 나라 이야기라고, 그리고 혹시 남들 다 그렇더라도 우리 아이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애써 부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청소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은 ‘순수하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순결한 학생들의 낭만적인 배움의 공간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허구다. 여학생들은 남선생님을 보며 ‘섹시하다’고 부르짖기도 하고, 남학생들은 여선생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사귀자’고 하기도 한다. 학교를 배정받으면 학생들은 ‘그 학교 레즈 있나요?’하는 질문을 네이버 지식인에 올리고, 어두운 곳에서 서로의 사생활 정보를 주고 받는 여학생들은 누군가를 ‘걸레’로 낙인찍기도 한다. 남학생들은 ‘여자 따먹는 법’을 주고 받으며 권력 관계에서의 우위를 장악해 나간다. 이건,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이 정도는 학교 생활의 고전적 레퍼토리 아니던가. 
 
2차 성징이라는 왕성한 몸의 변화를 겪는 청소년들에게서 섹슈얼리티를 제거하려는 모든 시도는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일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은 시도이다. 이 시기에 가지게 되는 몸에 대한 호기심과 성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그러므로 연애 관계를 맺게 되는 청소년들이 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학교는 섹슈얼한 공간이고 청소년들은 하나의 성적 주체라는 것을, 쿨하게 인정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무능함이 청소년들을 망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가 정말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은 콘돔을 사용한 연주가 아니라 연주가 ‘참는’ 동안 그 고민을 함께 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던 우리들이다. 우리가 씁쓸해 해야 하는 것은 많은 학생들이 성관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아직도 ‘걸레’라고 손가락질 하는 문화, ‘여자 따먹는 법’을 주고 받는 문화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최대한 미룰 것인가’가 아니라 바람직한 성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한 성교육의 내용과 방법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내려버리는 성급한 판단은, 때로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성을,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라고, 살아있는 증거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여유와 지혜를 호기롭게 가져보자. 어른답게.

AND




‘10대의 성’ 교사-학생의 거침없는 대화
학교에선 말할 수 없는 솔직한 성과 사랑이야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우완
<필자 우완 선생님은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cafe.daum.net/teachingirls) 활동가입니다. –편집자 주>
 
학교의 안팎에서 이성 또는 동성과 연애관계를 맺으며 활발히 ‘사랑’하고 있는 10대들. 그리고 이들을 말릴 수도 없고 칭찬할 수도 없어,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복잡한 교사들. 양측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7일 <‘사랑하는’ 학생들과 내숭 뚫고 하이킥!>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주의 교사모임 ‘삐삐 롱스타킹’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이 공동 개최한 워크숍에서, 10대들과 교사들이 모여 “10대의 성과 연애”를 주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17일 열린 워크숍 <‘사랑하는’ 학생들과 내숭 뚫고 하이킥!>  © 촬영-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

“10대 연애의 진실과 거짓”
 
행사장인 전국국어교사모임 사무실에 먼저 도착한 10대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10대들이 이렇게 왁자지껄하는 곳에, 교사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학교와 어른들의 규범을 훌쩍 뛰어 넘어 이미 왕성하게 ‘연애’와 ‘성’을 즐기고 있는 학생들과, 보수적 학교규범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교사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드디어 시작된 생생토크 <10대 연애의 진실과 거짓>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됐다. 한 중학교 교사가 “대학생과 사귀게 되었다는 중3학생에게 ‘남자는 다 늑대니까 조심해’ 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어 답답했어요.” 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정작 17살 청소년들은 “대학생이래 봤자 네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그게 뭐 많이 차이 나는 건가요?” 혹은 “어른들은 열살 이상 차이 나는 연애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잖아요.” 하고 되물었다.

 
한 십대는 “저는 성소수자인데요” 라고 운을 뗀 뒤 “여섯 살 위인 제 대학생 (동성)애인과 성에 관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서 속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해 좌중을 유쾌하게 뒤흔들었다.

 
청소년들은 이어 10대가 연애한다고 말하기만 하면 무조건 말리려 드는 교사들과 부모에 대해, ‘언제부터 우리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하면서 서운함과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내에서 공공연하게 스킨십을 하며 사귀던 커플이 학교 측으로부터 강제 전학을 당한 일, 이성교제를 시작했다고 담임선생님에게 말하자 다짜고짜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해서 난처했던 일 등을 이야기하며, 교사들과 연애 문제를 터놓고 말할 수 없는 학교의 보수적인 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십대도 있었다.

 
연애와 섹스에 대해 서로가 궁금한 것들

 
십대들은 이러한 이유로 교사들이 자신의 연애상담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말하며, 연애와 성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는 주된 통로로 또래집단과 커뮤니티, 인터넷 등을 꼽았다.

 
고민의 내용도 다양했다. 한 사람과 진득하게 사귀지 못하고 상대를 자주 바꾸게 되는 것에 대한 고민, 남자친구에게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망설이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갈등,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연애관계를 다른 관계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미처 10대들의 고민일 거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생생토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아, 참가한 교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어진 자유질문 순서에서는 교사들이 10대들에게 물었다. 대체 한 반에 몇 퍼센트 정도의 학생들이 연애하고 성관계까지 맺는 것인지, 학생들이 사귄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10대들이 성관계를 맺는다면 어디에서 맺는지 등. 이 같은 질문에 대해 10대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들 간에도 서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10대들과 ‘연애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터놓고 하고 싶어도, “젊은 여교사”가 이 문제를 솔직하게 학생들과 대화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학교에선 편견 어린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성’에 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학교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학생들의 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교사 책임이 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십대들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다

 
이번에는 10대들의 연애 고민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에 대한 상담을 실습하는 <연애팍 도사> 코너가 이어졌다. “동성 친구에게 끌려요”, “상대방과 스킨십의 진도가 달라요”, “친구가 저를 스토킹해요”, “10대의 섹스는 죄인가요?” 이상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교사들과 10대들이 모둠으로 나뉘어 어떻게 고민을 해결할 것인가 토론하고 발표했다.

 
교사들은 해결책을 찾아 고심하는 반면, 10대들은 ‘동성 친구에게 끌려서 고민이라면 동성 친구에게 분위기 있게 고백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식의 발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자도 솔직하게 스킨십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학교에서 걸레라고 소문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털어놓은 여학생의 말을 통해서, 남학생 중심의 왜곡된 성문화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어른들도 제대로 피임 안 하면서 10대들에게만 왜 꼭 피임, 피임을 그렇게 강조하느냐’고 되묻는 한 청소년의 말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상담 실습 이후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향심 상담원이 <성폭력사건 지원의 A부터 Z까지>라는 내용으로, 여성주의교사모임 조영선 교사가 <사랑하는 학생들과 학교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미니 강연을 열었다. 두 사람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현실을 못 본척하고 부정하며 무조건 막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생님들하고는 대화가 안 통한다’, ‘학생들이 연애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문을 텄던 교사들과 10대들이었지만, 대화가 무르익다 보니 같은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연애와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따뜻하게 행사가 마무리됐다. 솔직한 10대들의 고백 덕분에 연애에 대해 한 수 배우고 가는 교사들의 모습이, 워크숍 장소에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밝아 보였다. 문제의 실마리는 말문을 트고 대화를 시작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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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22 [00:49]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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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연애를 파헤치는 자리
연애를 글로 배운 무식한 선생들이 한 수 배우고 가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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