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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2 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

 
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

                                           최 정 례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개 있다
      파리바게뜨,엠마
      김창근베이커리,신라당,뚤레쥬르

      파리바게뜨에서는 쿠폰을 주고
      엠마는 간판이 크고
      김창근베이커리는 유통기한
      다 된 빵을 덤으로 준다
      신라당은 오래 돼서
      뚤레쥬르는 친절이 지나쳐서

      그래서
      나는 파리바게뜨에 가고
      나도 모르게 엠마에도 간다
      미장원 냄새가 싫어서 빠르게 지나치면
      김창근베이커리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급식으로 옥수수빵을 주었는데
      하면서 신라당을 가고
      무심코 뚤레쥬르도 가게 된다

      밥 먹기 싫어서 빵을 사고
      애들한테도
      간단하게 빵 먹어라 한다

      우리 동네엔 교회가 여섯이다
      형님은 고3 딸 때문에 새벽교회를 다니고
      윤희 엄마는 병들어 복음교회를 가고
      은영이는 성가대 지휘자라서 주말엔 없다
      넌 뭘 믿고 교회에 안 가냐고
      겸손하라고
      목사님 말씀을 들어보라며
      내 귀에 테이프를 꽂아 놓는다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교회가 여섯 미장원이 일곱이다
      사람들은 뛰듯이 걷고
      누구나 다 파마를 염색을 하고
      상가 입구에선 영생의 전도지를 돌린다
      줄줄이 고기집이 있고
      김밥집이 있고
      두 집 걸러 빵냄새가 나서
      안 살 수가 없다
      그렇다
      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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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끼니를 때우기 위해 파리바게뜨에 갔는데
아 글쎄 그 동안 파리바게뜨를 얼마나 애용했는지
꽤 많은 빵을 살 수 있을 정도의 포인트가 쌓여있었다.

나는 내가 그 빵집에 그리 자주 가는지 몰랐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집 전철역 앞에도 학교 앞에도 파리바게뜨가 있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학교 앞 파리바게뜨 아주머니가 날 알아보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인사를 받던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위 시는 얼마 전 시인이 학교에 와서 강연을 했을 때 조각난 모양으로 소개해주었던 시다.

학생들 내일 점심을 위해
또 파리바게뜨에서 80인분을 주문해놓고 나니
'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라던 이 시가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서 전문을 읽었다.

육신의 배고픔은 빵집으로 채우고
영혼의 배고픔은 교회에서 채우고
배고프지 않느냐며 빵집에서는 쿠폰을 발행하고
교회에서는 전단지를 뿌려가며 사람을 끌어모으고
이렇게
허기를 채우기 위해 도시를 헤매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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