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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3 태풍같은 불안과 고독 2



어제, 새벽에 태풍이 찾아온 날,
다섯 시 반, 그러니까 곤파스가 강화도에 상륙하기 직전에, 
고요한 새벽을 울리는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 깨지는 소리, 굴러다니는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다.
바깥에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침대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웅크린 침대 안에서 손에 잡히는 거라곤 핸드폰 뿐이었다.
정전이다, 지하철이 안 다닌다, 하면서 소식을 전해주던 핸드폰 속의 트위터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겨우 참고 라디오를 틀고 밥을 먹었다.
들려오는 소식들이 다 너무 엄청나서 출근하다가 뭔가에 얻어맞을까봐 겁이 났다.

겁이 나고, 두렵고, 불안한데
이 불안을 몰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냥 아침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는 것밖에 없었다.

고백하건대,
밥을 먹으며 고기를 챙겨먹었던 것은
재난을 당하더라도 기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원피스를 입지 않고 티셔츠와 바지를 입었던 것은
재난을 당하더라도 몸이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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