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정끝별 | 1 ARTICLE FOUND

  1. 2010.08.02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일획을 긋는 도박(賭博)이자 도반(道伴)이었을 것이다


http://www.munjang.or.kr/mai_multi/djh/content.asp?pKind=04&pID=50


-------------------------------------------------------------------


뿌리와 꽃과 잎의 믿음
눈과 비의 훼방
그리고 담이라는 금단.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