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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4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I'm a pessimist because of intelligence , but an optimist because of will."
그람시가 했다는 말이다.

대학 때 어느 선배가 책을 선물하며 속표지에 이렇게 썼다.
"현실이 절망적일 때 실천으로 극복하자!"
나는 이걸 보고 풋, 하고 좀 웃었는데, 그건, '아니 절망적인데 어떻게 실천한담',하는 냉소였던 것 같다. 만날 무턱대고 '실천' '실천' 하고 부르짖으면서 무리한 실천에 대한 결의를 강요하는 선배들에 대한 불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대고, '아냐 이 말 굉장히 훌륭한 말이야'라고 엄숙하게 말하는 선배가 있었다. 그때는 그게 왜 훌륭한 말인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고, 그 엄숙함만 기억에 남았다.

재작년 교사 아카데미에서 홍세화 선생님이 강연을 마무리하며 교사들에게 대한 당부로 다시 저 말을 남겼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대강 요약해보자면 이랬다.
"현실이 얼마나 어두운 것인지 선생님들이 똑똑히 아셔야 합니다. 이건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선생님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비록 현실은 어둡더라도, 우리가 이 현실을 바꾸어 낼 수 있다는 용기를 잃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날도 감동적이었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 말이 진리다.

'이성'이 부족하셔서 부당함이 부당함인 줄 모르는 분들을 주변에서 볼 때마다 안타깝기도 하면서, 화도 난다. 모르는 것도 때로는 죄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모순을 보지 못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 한다. '이성'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는 바보는 결국 이 사회의 잘못된 방향을 묵과하게 되고, 나아가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의지'를 작동시키는 건 사실 더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모순된 현실을 알면서 이에 대해 절망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오염시킨다.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이 갈 길은 정해져 있다. 자살하거나, 아니면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애쓰거나. 모순된 현실을 알면서도 개혁의 의지를 잃은 사람은,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동료들을 짓밟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으로, 아주 쉽게 변한다.

현실이 거지같다는 것을 몰라서도 안 되지만 현실이 거지같다는 것을 알고 그 핑계로 망가지는 사람들도 문제다. 나는 이 거지같은 세계에서 끝까지 나의 삶의 위엄을 지킬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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