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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7 '위험을 감수하고 살기'를 그만두자 ㅠㅠ




오늘 방사능 비가 내린다는데 나라에서는 아무도 대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통해 조심하라고 하는게 전부다.
어제 '페스트'를 설명하는 김화영 교수 강연에 갔었는데, 김화영 교수 왈 지금이 페스트 상황과 똑같다고.

페스트가 도시에서 발생했는데도 이를 인정하는 것을 주저하다가 늦장대응하는 정부,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권력자들, 등등. 

아래는 지난 3월에 '들' 소식지 '소란'에 기고한 원고인데 오늘 다시 생각나서 가져왔다.
견디고 살지 말자 제발. 위험을 감수하고 사는 거, 이젠 관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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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만한 세상?


두리번


작년부터 우리 학교는 아무런 보수 없이 퇴근 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 거기에 저녁식사 이후에 실시하는 보충 수업도 또 하나 얹혀졌다. 이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면 저녁 일곱 시 반이다. 학교를 나서면서 ‘오늘도 열 두 시간 가까이 일을 했구나.’라는 걸 깨닫는다. 학생들은 아직도 야간 자율학습을 하러 남아야 한다. 어느 날은, 점심시간 종이 치자 아이들이 말했다. “아직도 집에 가려면 열 시간이나 남았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아직도 환히 불을 밝힌 빌딩들이 밤을 밝히고 서 있다. 저 사람들도 아마 하루 열두 시간, 아니 열네 시간 열다섯 시간 노동을 해 온 지 몇 년 째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살아도 안 죽는다. 견딜 만하다. 보충수업은 수당도 쎄다. 그렇지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이렇게 시켜도 아무도 안 죽어. 다 견딜 만해.”라고 생각하고 일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견딜 만하잖아?’ 라는 말들이 세상을 여기까지 끌고 오지 않았나 싶어져서다.


하루에 열 시간, 열두 시간 마트에서 꼬박 선 채로 비정규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는 집에 와서도 가사 노동에 시달린다. 그래도 안 죽는다. 견딜 만하니까 그렇게 사는 거다. 대학에 못 가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공포를 주입받으며 살아가는 학생들은, 자진해서 밤 열 시, 열두 시까지의 자율학습을 스스로에게 강제한다. 그래도 다들 웃으며 살아간다. 견딜 만한가 보다.


전쟁과 극심한 빈곤을 겪은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하기란 쉽지 않다. 웬만한 시련은 ‘나 어렸을 땐 말이야’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이야기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래도 안 죽어’라는 말 앞에선 다들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참고 버티자는 비장한 분위기가 된다. 인생이 원래 다 어려움 참아가면서 사는 거라고, 어른의 말씀에 고개 끄덕거리다 보면 내가 투덜이 스머프처럼 굴었나 싶어 반성하는 마음도 생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뭐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도 같다. 그래, 죽지만 않으면 다 괜찮다.


그런데, 정말 안 죽나?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죽었다는데도, 더 많은 사람들은 멀쩡하다는 이유로 위험한 노동 환경에 사람들을 계속해서 노출시키고 있다. 끝없는 절망만을 주입받는 학교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슬픈 선택을 하는 학생들은 이제 중고생을 넘어 초등학생까지 확대된 지 오래다. 2010년이 지나도 전태일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래도,여전히 다수는 견디면서 살아가니까 괜찮나?


한때는 아픔과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을 잘 치유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가 상처를 겪어 본 사람이라는 사실이 싫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많은 것들을 견뎌 온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너도 견딜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꾸만 느끼게 되면서부터다. 이제는, ‘견딜 만한’ 것들을 조금씩 줄여 나가보는 것도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견뎌 왔다는 생각이 문제를 개선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아차, 그런데 나도 조금 아까, 몸이 아파서 조퇴한다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좀 견뎌보면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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