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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7 강상중, <고민하는 힘> 1



숙제로 읽은 책, 숙제로 쓴 글

개인의 탄생

근대 사회가 도래했다. 공동체 단위의 생활의 무너지고 개인의 삶이 전면에 떠오른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던 사회에서 개인에게 모든 판단이 맡겨지는 사회로 변모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것이 되고,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 점차 넓어진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니까. 그런데, 선택의 자유가 골치아프다 여기는 젊은이들은 ‘왜 사랑이 변하느냐’, ‘왜 종교를 믿어도 구원 받지 못하느냐’, ‘청춘이 아름답기는 개뿔’, ‘그저 돈이 최고다’라고 외치며 ‘고민하기’를 중단하고,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단지 머리를 ‘굴리’는 데에만 능수능란해진다. 이들은 공동체적인 가치를 배격하며 철저히 개인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기를 중단하였으므로 더 이상 개인다운 개인은 아니다.

 

숙고의 권리와 의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에 있는 C(choice)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나타낸 말이다. 선택한다는 것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뜻이고, 양자 혹은 다자 사이에서 숙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랑’이 변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 것도 모두 개인이 믿기로 선택하기 나름이다. 돈을 최고라고 믿고 살아가는 것도, 돈을 숭배하는 것은 천박한 물질주의라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자유다.

현대인에게는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 = 숙고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숙고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주어진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에 지쳐 이 자유를 돈이나 종교, 혹은 권력에 반납하곤 한다.

저자는 현대인이 자신의 삶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이 자유를 반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숙고할 수 있는 권리를 끝까지 자신의 것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숙고하는 자세는, 현대인이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의무이다.



고민의 방향은 나를 넘어선 관계를 보는 것

저자가 고민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계속해서 함께 강조하는 것은 ‘관계’다. 자아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도 자아는 관계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종교의 의미도 사실은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 관계들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역설한다. 일을 하는 의미 또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사랑 또한 관계를 맺어가는 여러 가지 색깔의 방식이라고 한다. 죽음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의 그의 삶에 대한 질문의 방식이라고 말하자고 한다.

현대인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면서 놓치고 있는 ‘가치’의 문제를 저자는 ‘관계’라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으로 읽혔다. 나의 욕망과 욕망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그것을 자신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현대인들. 그렇지만 나 자신이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생각이 방향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나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개인이 아닌, 성숙하고 열린, 인간다운 ‘고민’을 하는 인간들의 숲. 저자가 꿈꾸는 것은 그런 사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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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37 자아라는 것은 자존심이기도 하고 에고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기를 주장하고 싶고, 지키고 싶고, 부정당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타자 또한 비슷한 자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주장하고 싶고, 지키고 싶고,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겉으로는 참고 견디고 진짜 자기는 감추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려워 완전히 자기 속에 파묻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주하는 자기를 멈춰 세우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로부터 구원을 받지도 못해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비대해지는 자아를 멈추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정신병리학자이며 철학자였던 카를 야스퍼스가 한 말입니다. 야스퍼스는 막스 베버를 사숙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 .... 그 이유를 궁극적으로 말하면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자아는 타자와의 '상호 인정'에 의한 산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기를 타자에 대해 던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49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말은 그 과정에서 '국가 내에 무수한 벼락부자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 대에서 사업을 일으켜 입신출세를 이룬 이른바 신흥 부르주아의 출현이 그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극도의 헝그리 정신으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넌더리가 나는 배금주의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가치관이 기세 좋게 세계 속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52 시대를 밑바닥부터 만든 세대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이 국가가 발전했어'라는 만족스러운 감정이 있습니다. 사회에 여러 가지 모순이 발생해도 스스로 그 사회 건설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큰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와 같은 충실한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모순만 눈에 들어와 그것을 만든 세대에 대해 불만을 가집니다.

55 막스 베버는 이 점에 대해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런 문화 발전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마지막 사람들 letzte Menschen'에게 다음과 같은 말이 진리가 될 것이다.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 이들은 인간성이 과거에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 이미 올랐다고 스스로 자화자찬할 것이다.'"

65 '알고 있다know'와 '사고하다 think'는 다릅니다. '정보information'와 '지성intelligence'는 같지 않습니다.

85 <산시로> 속에 매우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산시로가 열차에 투신자살해 몸이 잘린 젊은 여성의 시체를 보는 장면입니다. ... 나중에 나쓰메 소세키가 "청춘이란 밝은 것이 아니고 한 꺼풀만 벗기면 죽음과 맞닿아 있는 잔혹한 것이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22 나 스스로 '나는 왜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면 결국 '타자로부터의 배려를 원하기 때문에'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지위나 명예는 필요없다고 말하면 거짓이 될 터이고 돈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큰 것은 타자로부터의 배려입니다. 그것을 통해 사회 속에 있는 자기를 재확인할 수 있고,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감과도 관계가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가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합니다. '자기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136 사랑은 계속 모습이 변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둘 사이에 물음이 있고 서로 그 물음에 대해 반응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160 과거에 '노인'이 지니고 있던 힘은 사회의 폭주를 막아 주는 이른바 '안전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세대가 좀 더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과거보다 '분별 없는' 노인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요즘 시대 '노인의 힘'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교란하는 힘'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노인의 '교란하는 힘'은 생산성이나 효율성, 젊음과 유용성을 중심으로 하는 지금까지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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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찬양함    

베르톨트 브레히트

의심을 품는 것은 찬양 받을 일이다! 당신들에게 충고하노니
당신들의 말을 나쁜 동전처럼 깨물어보는 사람을
즐겁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환영하여라!
당신들이 현명하여 너무 믿을만한 약속은
하지 않기를 나는 바랐었다.

역사를 읽고 무적의 군대가
혼비백산 도주하는 것을 보아라.
곳곳에서 난공불락의 요새가 함락되고
출범할 때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었던
무적함대가 돌아올 때는
몇 척 안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느 날인가 사람이 올라갈 수 없었던 산봉우리 위에 한 사나이가 올라섰고
끝이 없다고 믿었던 바다의 끝에
한 척의 배가 도달했다.

확고 불변의 진리를 부정하면서
오 멋져라, 머리를 옆으로 흔드는 것은 !
구할 길 없어 포기한 환자에 대하여
오 과감해라, 의사의 치료는 !

모든 의심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그러나
겁 많고 허약한 사람들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의 강력한 힘을 이제는 더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

오, 얼마나 힘들여 하나의 교리는 쟁취되었던가 !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었던가 !
이것은 꼭 이러한 것이지 대충 그러한 것이 아님을
알기까지는 얼마나 어려웠던가 !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어느 날 한 사람이 그 교리를 지식의 비망록에 써 넣었다.

아마 오랫동안 그것은 그 책에 수록되어 있었고, 많은 세대가
그것과 함께 살아오면서 그것을 영원한 지혜로 알고
전문가들은 그것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을 경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다음에 불신이 생겨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경험이
그 교리에 의혹을 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의심이 일어난다.
그리고 언젠가 뒷날 신중하게 어떤 사람이 지식의 비망록에서
그것을 지워버린다.

사방에서 울려오는 명령을 받으면서, 수염을 기른 의사들에게
자기의 유용성 여부를 검사 받으면서, 황금빛 훈장을 단
눈부신 인사들에게 검열을 받으면서, 하느님이 스스로 만드신 책을
귀에다 대고 떠들어대는 엄숙한 목사들의 경고를 받으면서,
참을성 없는 선생들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가난한 사람은 서서 듣는다.
이 세계가 모든 세계들 가운데서 가장 좋은 세계이며
자기 방의 천장에 뚫린 구멍도 하느님이 손수 계획하신 것이라고.
진실로 가난한 사람이
이 세계에 대하여 의심을 품기는 힘들다.
자기가 살지도 않을 집을 짓는 남자가 땀을 뚝뚝 흘리면서 허리를 굽히고 일한다.
자기가 살집을 짓는 남자도 땀을 뚝뚝 흐르면서 고된 일을 한다.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소화능력은 놀라웁고, 그들의 판단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들은 사실을 믿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믿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이 그들을 믿어야만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그들의 참을성은
한계가 없다. 논쟁을 할 때
그들은 첩자의 귀로 듣는다.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 없는 사람들을
절대로 행동할 줄 모르는 생각 깊은 사람들이 만난다.
이 생각 깊은 사람들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단을 피하기 위해서 의심한다.
그들은 자기의 머리를
오직 옆으로 흔드는 데만 사용한다.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은 침몰하는 배의 승객들에게 물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살인자가 치켜든 도끼 아래서
그들은 살인자 역시 인간이 아닐까 자문한다.
이 일은 아직도 충분히 연구 검토되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면서 그들은 잠자리에 들어간다.
그들의 활동은 우유부단함을 본질로 한다.
그들이 애용하는 말은, 아직도 결단을 내릴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당신들이 의심을 찬양하더라도
절망적인 것을 의심하는 것은 찬양하지 말아라 !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
너무 빈약한 근거에 만족하는 사람은
잘못 행동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 많은 근거를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위험 속에 머물게 마련이다.

이제 한 사람의 지도자가 된 당신은 잊지 말아라.
당신이 옛날에 지도자들에게 의심을 품었었기 때문에,
당신이 지금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을 !
그러므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의심하는 것을 허용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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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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