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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8 하루의 피곤이 빼곡히 들어찬 머리카락




조이미용실
 

김명인


늦은 귀가에 골목길을 오르다보면

입구의 파리바게트 다음으로 조이미용실 불빛이

환하다 주인 홀로 바닥을

쓸거나 손님용 의자에 앉아 졸고 있어서

셔터로 가둬야 할 하루를 서성거리게 만드는

저 미용실은 어떤 손님이 예약했기에

짙은 분냄새 같은 형광 불빛을 밤늦도록

매달아놓는가 늙은 사공 혼자서 꾸려나가는

저런 거룻배가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이

허술한 내 미(美)의 척도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몇십년 단골이더라도 저 집 고객은

용돈이 빠듯한 할머니들이거나

구구하게 소개되는 낯선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소문난 억척처럼

좁은 미용실을 꽉 채우던 예전의 수다와 같은

공기는 아직도 끊을 수 없는 연줄로 남아서

저 배는 변화무쌍한 유행을 머릿결로 타고 넘으며

갈 데까지 흘러갈 것이다 그동안

세헤라자데는 쉴 틈 없이 입술을 달싹이면서

얼마나 고단하게 인생을 노 저을 것인가

자꾸만 자라나는 머리카락으로는

나는 어떤 아름다움이 이 시대의 기준인지 어림할 수 없겠다

다만 거품을 넣을 때 잔뜩 부풀린 머리끝까지

하루의 피곤이 빼곡히 들어찼는지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저렇게 쏟아져나오다가도

손바닥에 가로막히면 금방 풀이 죽어버리는

시간이라는 하품을 나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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