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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3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3



남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거나
헤드스타트 운동이라는 민망한 이름으로 공짜 과외 사업을 시작할 때
베네수엘라는
마을마다 오케스트라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들도 장애인도 다 큰 청년들도 자기 악기와 자기 오케스트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고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악기가 부족하자 가짜 종이악기를 쥐어주고 오케스트라 놀이를 시작하게 했다.

그 여유와 상상력이 부럽다.

며칠 전 교사연수에서 만난 한 초등쌤 왈
요즘 인천에서 초등학생 자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10대 및 아동 성폭력 사건만 신나게 선정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에서 언론에 나가지 않게 손을 쓰고 있어서 그렇지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노무 답답한 나라에서는
교육을 바꾼다고 하면서 상상하는 것이라고는
어떻게 더 영어 발음을 네이티브처럼 잘 하게 만들까
어떻게하면 만 명을 먹여살릴 한 명을 길러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 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영수 잘하는 애들을 만드는 건
아이들의 자살을 막고 끔찍한 범죄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보다
참 쉬운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
우리 나라를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다.

나라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다들 '부모'가 아니라 '학부모'라서 그런지
영수 과외비가 많이 드는 것에 대해서는 "이 나라 교육이 문제야"라고 하면서도
자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는 "요즘 애들은 나약해"라고 하곤 하는데
이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교육 문제'에 대해서 말할 때,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만이 아닌 좀 더 넓은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국영수를 평등하게 가르쳐서, 돈 없는 애들도 대학 잘 가게 만들면, 세상에 좀 기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점점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좀,
대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교육 철학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고
그 가치관에 따라 투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부모'가 아닌 '학부모'들이 투표를 해서인지
아마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사교육비를 줄여주겠다는
전혀 현실불가능한 정책들만 쏟아져 나올것이다.
(사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사교육비 절감은 무슨 짓을 해도 불가능한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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