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가을 | 4 ARTICLE FOUND

  1. 2010.10.17 인천, 골목길 산책 1
  2. 2009.11.02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 고두현
  3. 2009.09.26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4. 2009.09.03 조바심





가을
반짝이는 맑은 날
인천
바다냄새 섞인 부드러운 바람

맥아더의 귀신들이 지금도 진을 치고 있는 자유공원
전원주택처럼 '작정하고 예쁘게' 지은 집들
100년 동안 사연이 쌓이고 쌓였을 오래된 집들, 골목들, 교회들
'명동백작'이나 '경성스캔들' 같은 드라마에서 튀어나올 법한 오래된 가게들
삐까뻔쩍하지만 텅 비어 있는 아트플랫폼의 이물감
뻥 좀 쳐서 수백명이 먹으려고 줄 서 있던 신포시장 닭강정
스테인드글라스가, 저렇게 예쁜 거였나? 싶었던 답동성당
텅빈 골목과 가로등의 불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움
벽에 붙여진 전단지, 안내문, 간판 하나하나가 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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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골목길'의 아름다움을 그린 지식채널E 영상.
'서울, 골목길 풍경'이라는 책도 읽어보고,
삼선동, 한남동, 이태원동, 북아현동, 서계동,,,, 하는 동네들도 다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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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고두현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지난 여름 푸른 상처

온몸으로 막아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

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

은점 지나 노구 지나 단감빛으로 물드는 노을

 

남도에서 가장 빨리 가을이 닿는

삼십리 해안 길,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저토록 몸이 달아 뒤채는 파도

그렇게 돌아앉아 있지만 말고

속 타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좀 보아요

 

- 고두현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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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지기 전의 초가을,
중간고사 중인 교실의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덕분에 시험 감독이 지겹지 않다.

더 쌀쌀해지기 전에 이 바람들을 만끽하고 싶어 조바심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엔 어둠이 내리는 합정동 까페에서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맥주를 마셨고
오늘은 강화도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전어를 먹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혀 살아가면서도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라는 아리아를 교도소 하늘 위로 올려보내며,
바깥과 통하는 문을 잠그고 손깍지로 머리를 받친 채 눈 감고 다리를 쭉 펴고 노래를 듣던
팀 로빈스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의 80%는 이 장면 덕택이다.)

인생이 싱겁고 시시한 것 같아 조바심 나던 때도 있었지만,
그래서 내 나름대로 거창하다 여길 만한 일을 해내야만 뿌듯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들에 세상을 다 가진 듯 느끼면서 살아가는 그런 연습을 할 때도 된 것 같다.

그리고
가을맞이 시 한 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유안진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다릴 듯하지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과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춘천(春川)도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움할 거라 

녹다 만 눈응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께벗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피고 있는 진달래꽃을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봄 한아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든 산허리에 아지랑거리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春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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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

카테고리 없음 2009. 9. 3. 04:37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 날씨를 놓치기 전에 어서 놀러가야하는데, 하고 조바심이 나 죽겠다.

어디로 가면 이 바람과 하늘을 붙잡아 둘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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